트럼프가 두번 이긴 아이오와…'6주 후 낙태금지' 표심 흔드나
미국 내 낙태권 옹호 여론 우세…아이오와도 61% 낙태 지지
프레임 전쟁 시작…해리스 "트럼프 낙태금지법" 딱지
"민주당, 낙태권 이슈 선거에서 유리하게 활용 모색"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대선을 3달여 앞둔 2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면서 낙태권 이슈가 유권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오와주는 이날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시점부터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다. 그전까지는 임신 22주까지 낙태가 합법이었으나 이제는 임신 약 6주 이후에는 낙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번 법 시행은 아이오와주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주도했다.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는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 소속 킴 레이놀즈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했다.
레이놀즈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무고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신성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다"며 이는 "생명을 위한 승리"라고 밝혔다.
이 법의 시행이 공화당 입장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 낙태권 옹호 여론이 낙태 금지 여론보다 우세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아이오와주의 경우에도 낙태권 옹호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 응답자의 61%가 '낙태를 전면 또는 대부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낙태를 전면 또는 대부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아이오와는 한동안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는 '보수의 요새'로 평가받아왔다.
미국의 선거 예측 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4년마다 격전지로 떠올랐던 아이오와는 1992년부터 2012년 사이 총 7번의 선거 가운데 6차례 민주당 편에 섰지만 2016년 대선 때 극적으로 변화를 겪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9% 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6% 포인트 격차로 이겼던 2012년에 비해 표심의 큰 진폭이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도 아이오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8% 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AF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도 아이오와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낙태 이슈는 공화당에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이슈로 공화당은 "온건하고 중도적인 유권자들과 멀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에서 제정된 낙태 금지법이 대다수 미국인에게 인기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낙태는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주요 캠페인 주제"라고 짚었다.
이러한 틈새를 활용, 민주당은 아이오와주의 낙태 금지법 시행을 대선 이슈화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동영상 성명을 통해 아이오와주의 낙태금지법에 '트럼프 낙태금지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투표"라고 강조하며 프레임 전쟁을 시도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임명한 대법관 3명으로 인해 연방 대법원이 보수화,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이어졌다는 민주당의 그간 비판을 재차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속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는 아이오와주 이웃들이 재생산의 자유를 지키고 필요한 모든 보살핌을 받도록 환영할 것"이라며 "이런 위험하고 부당한 법을 피하기 위해 당신이 노력하는 동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썼다.
NYT는 "민주당은 올해 아이오와주 등지에서 낙태권 지지를 선거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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