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다' 위협 속 베네수엘라, 대선 이틀 앞두고 긴장 고조(종합)
새벽에 투표함 기습 설치…"야당 측 참관인 출입제한" 논란도
선거감시 중남미 전직 정상들 '착륙금지'…부정선거 의심 신고 빗발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대선을 이틀 앞두고 불공정 선거 야기 논란에 불을 지필 만한 상황이 벌어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과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메리다, 카라보보, 술리아, 바리나스, 볼리바르, 안소아테구이 등지에서 새벽부터 투표소 운영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전 5시 41분부터 투표함을 가져다 놨는데, 이는 선관위에서 예정한 오전 8시보다 2시간여 앞선 것이라고 엘나시오날은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이룰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여당 측 참관인만 투표함 설치 작업을 보게 하고 야당 측은 입장을 불허했다는 항의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관위 직원이나 관련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교육을 받은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이 투표함을 옮기는 모습도 보고됐다고 엘나시오날은 전했다.
사전 설명 없이 투표소 설치 작업이 새벽 이른 시간으로 앞당겨지거나 불특정인이 이 작업을 수행한 것에 대한 선거 부정 의심 신고는 이날 오전 전국에서 수백건 빗발쳤다고 현지 매체는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선관위원장은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이날 오전 11시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오후에는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을 출발하려던 카라카스행 코파 항공 비행기들이 줄줄이 베네수엘라 당국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항공기에는 미레야 모스코소(파나마), 비센테 폭스(멕시코), 미겔 앙헬 로드리게스(코스타리카), 호르헤 키로가(볼리비아) 등 중남미 지역 전직 대통령들이 탑승해 있었다고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는 보도했다.
이들은 스페인·미주 민주 이니셔티브(IDEA·이데아) 소속으로 베네수엘라 공정선거 감시를 위해 카라카스로 가려던 길이었다. 이데아는 중도 보수 성향 전직 대통령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에 "베네수엘라 영공 봉쇄로 인해 전직 대통령들이 기내에 한동안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미 당국자도 "깊은 우려"와 함께 "미국은 이번 일요일 베네수엘라 대선 상황에 따라 제재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고, 마두로 대통령이 패할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을 촉진하기 위해 아직 특정할 수는 없는 조처들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관권선거와 선거 불복 우려 속에 28일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는 10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3선에 도전한 여당의 '반미'(反美)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과 외교관 출신 중도우파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 중 승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앞서 지난주 유세에서 "내가 패배하면 나라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주변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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