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원사격?…러 선전가들, 일제히 '해리스 때리기'
인종·성차별 비난 쏟아내…크렘린궁은 "관심 없어" 거리 두기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후보로 확실시 되자 러시아 선전 매체들이 일제히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놀랄 것이 없다"며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간 여러 허위 정보와 선전을 퍼뜨려 온 친정부 매체와 평론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했던 '집중포화'의 과녁을 해리스 부통령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이 시도로프 모스크바 주립대 국제정치학과장은 지난 21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이후 국영 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핵 버튼을 소유한 카멀라는 수류탄을 가진 원숭이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이날 토크쇼를 진행한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이 웃는 것이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고 비난한 영상을 직접 공유하며 '해리스 때리기'에 동조했다.
과거 러시아 정부는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한 정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반박했다.
그간 러시아의 국영 방송과 친정부 평론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패배자고, 해리스는 사악하다. 고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망가졌다"는 내용의 '트럼프 식 논리'를 이용해 러시아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해왔다.
이를 주도해 온 백인 남성 선전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아직 확정되기도 전부터도 그의 인종과 성별에 대한 차별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크렘린궁과 밀접한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딥스테이트 전체가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모든 동맹, 무엇보다 유럽이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재차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가 조작되었을 경우 이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스테이트는 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 세력을 뜻하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워싱턴DC 내 기득권 세력과 싸움을 모토로 하면서 규정한 프레임이다.
또 다른 러시아 선전가 세르게이 마르단도 "딥스테이트는 정말로 '바바'(여성을 경멸하는 의미의 러시아어 단어)를 대통령으로 뽑을 계획"이라면서 이러한 음모론에 동조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가 과거 일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수사'가 담긴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아직 그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대선은 "우리 내부 문제가 아니며 우리 의제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가 러시아와 미국의 양자관계에 기여한 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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