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대법, 소요사태 부른 '공직 할당제' 절충안 내놔
대법, 독립 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 30%→5%로 낮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소요 사태를 부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정부안을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놨다. 시위대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
21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공무원 할당제와 관련해 전체 공직의 93%는 기존처럼 능력에 따라 배분하고 5%만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나머지 2%는 소수 민족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몫으로 남겼다.
2018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에게 공직의 30%를 할당하고 여성과 특수지역 출신에게 각각 10%, 소수민족과 장애인에게 총 6%를 할당하도록 하는 공직 할당제를 추진했다.
청년 일자리가 귀한 방글라데시에서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편이어서 매년 3천개의 공직을 놓고 40만명이 경쟁할 만큼 인기가 많다. 정부가 공직의 절반 이상을 할당제로 묶어 놓겠다고 하자 당시 대학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결국 정부는 이 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이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기 결정을 무효로 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대학생들은 이번 결정을 내린 사법부는 정부 '거수기'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한다고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시위는 갈수록 격화했다.
시위대는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 주요 정부 시설에 불을 질렀으며 다카주 나르싱디 지역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수백명을 탈출시키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으며 지난 19일부터 전국에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군대를 배치했다.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이전부터 군대가 배치돼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시위가 거세지면서 사상자도 속출했다.
공식 사상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AFP통신은 주요 병원을 통해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이번 시위로 15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대법원이 정부안에서 대폭 축소된 절충안을 내놨지만 시위대가 이를 수용하고 시위를 끝낼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미 시위대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가세했다. 시위대는 할당제 폐기뿐 아니라 하시나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2009년부터 총리를 맡으며 장기 집권하고 있으며 지난 1월 야당의 보이콧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압승해 5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 시위 단체의 대변인은 AFP에 "대법원판결을 환영하지만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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