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기세 몰아…고준위방폐물특별법 국회 문턱 넘을까
野 "고준위법·해풍법 함께 논의"…與 "정치 쟁점화 반대"
고준위법, 21대 국회선 막판 여야 합의에도 처리 불발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원전업계 안팎에서는 원전의 본고장인 유럽에 'K-원전'의 위상을 제대로 알린 이번 기회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고준위 방폐장 건설 등의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전업계에서는 고준위 방폐장 없이 원전을 계속 운영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한다. 원전 운영과 고준위 폐기물 영구 처리는 서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친환경 사업 실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도입하면서 EU 택소노미의 투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로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건립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채권 발행 금리가 높아져 유럽 원전 수출에서도 불리한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체코를 교두보로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시장으로의 K-원전 본격 진출을 꿈꾸는 상황에서 고준위 방폐장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선결 조건이 되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이하 고준위특별법)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고준위특별법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설과 중간 저장 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의미하는 고준위 폐기물은 현재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저장조에 보관돼 있지만, 오는 2030년부터는 이 같은 저장 방식도 포화에 이르게 된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등 순으로 수조가 가득 차게 된다.
앞서 여야는 21대 국회 막판에 산업위에서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의 재표결 등 여야의 갈등 속에 고준위특별법의 산업위 처리는 결국 불발됐다.
개원식조차 열지 못한 채 7월 임시국회를 이어가고 있는 22대 국회에서도 고준위특별법은 쟁점 사안이다.
여야는 해당 법안의 처리에는 이견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고준위 특별법과 함께 해상풍력 특별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발전지구 선정, 환경영향평가 실시 부처 간 협의·인허가 등을 공공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으며, 인허가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 역시 21대 국회 종료 직전 산업위에서 여야 합의에 이르렀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민주당 산업위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통화에서 "21대 국회 말에 논의된 해상풍력법에서 빠진 내용이 다소 있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원전 관련 법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관련 법들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나왔던 신규 원전 3기 건설 계획에 대해서도 같이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통화에서 "에너지 정책이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위 논의에서도 여야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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