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민에도 피해주던 멕시코시티 '中 창고형 매장' 일시폐쇄
"밀수품 판매행위 조사 차원"…일대 상권 임대료 폭등 상징으로 지목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시티 중심부 상권 임대료 상승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던 중국 상인들의 '핵심 본거지'가 밀수품 판매 행위 관련 조사를 벌인 멕시코시티 당국에 의해 일시 폐쇄됐다.
11일(현지시간) 에네마스(N+)와 엘솔데메히코 등 멕시코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상업시설 영업 허가를 관리하는 행정당국(Invea·인베아)은 이날 멕시코시티 역사 지구에 있는 10층 규모 건물 내 상점들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베아 직원들은 이날 건물 출입구 안팎에 '폐쇄'(clausurado)라고 인쇄된 봉인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곳 주소에서 유래해 통칭 '이사사가(Izazaga) 89 플라자'라고 불려온 이 건물에는 문구류와 완구류, 생필품, 반려견 용품, 전자제품 등 중국산 위주의 온갖 상품을 파는 창고형 매장이 들어서 있다.
박리다매 형태로,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더 많이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폐쇄 결정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자만, 현지 매체들은 "밀수품 판매 행위 조사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계 상인들이 백화점 형태로 운영하는 이런 매장은 최근 멕시코시티 한복판에 형성된 기존 상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중국계 상인은 건물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거나 아예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부동산을 점유·취득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교민과 멕시코 현지인들이 십수년간 운영하던 곳을 통폐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연합뉴스와 만난 한 교민은 "멕시코 현지 건물주에게 대량의 현금을 주며 상점을 인수하는 경우가 몇 년 새 부쩍 늘었는데, 이는 대부분 중국계"라며, 한국 교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체를 내주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시정부는 이를 '경제적 젠트리피케이션'(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사례로 보고 관련 대책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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