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노조, 분할매각 저지 투쟁 선포…"MBK가 산산조각 내"(종합)
마트노조 150여명, 빗속에 광화문 MBK 앞 결의대회…내달 말 대규모 집회 예고
홈플러스 "글로벌기업들도 사업재편…매각은 경영적 결정 사항"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강애란 기자 = 홈플러스 직원들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 결의를 선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150여명은 2일 오후 2시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지키자 홈플러스! 밀실·분할매각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결의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어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투쟁을 벌여가기로 했다.
특히 다음 달 말 1천명 참여를 목표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노조는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고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아닌 부동산투기 진행 후 엑시트하려 했으나 코로나19, 고금리 시대에 따른 유통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엑시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홈플러스는 MBK의 경영실패로 영업이익을 내도 은행차입금과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배당금 때문에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이 키워준 홈플러스를 투기자본 사모펀드 MBK가 오로지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산산조각 내고 있으면서 직원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K는 2015년 9월 7조2천억원를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후 홈플러스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고 현재 4천여억원을 남겨둔 상태이다.
MBK는 최근 이커머스 급성장 속에 홈플러스를 통째로 재매각할 가능성이 작아지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10여개부터 분할해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슈퍼마켓만 분할 매각하면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것이라며 저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유순 홈플러스 영등포지회장은 "익스프레스가 무너지면 저희(홈플러스)도 무너진다"며 "2만명 직원의 피눈물로 지금의 홈플러스가 만들어졌다"고 외쳤다.
이어 "직원과 점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밀실 매각이 아닌 밖에 나와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생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영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산지회장은 매각과 관련해 "묵묵히 일하는 우리의 잘못이냐"라며 "진솔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익스프레스 매각을 결정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빗속에서 '분할매각 반대', '밀실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결의했다.
김영옥 홈플러스 울산동구지회장은 "회사의 주인은 우리(노동자)인데 우리 집이 팔리는 걸 우리만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밀실 매각을 반대한다. 투쟁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노조는 2020∼2021년에도 MBK에 폐점·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과 집단 삭발식 등 강경 투쟁을 벌였다.
노조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밀실 매각에 반대하며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며" "과거에도 리츠 전환을 막고, 점포 폐점·매각을 재입점으로 전환하는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단결된 힘으로 밀실 매각과 분할매각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과 같은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10년 넘게 공들인 신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유통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격변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검토는 홈플러스가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 중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 부문 매각은 경영적 의사결정 사항"이라며 "익스프레스 매각이 이뤄진다면 이는 반드시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진행할 것임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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