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협상 교착에 뿔난 튀르키예, 브릭스 가입 타진
피단 외무장관 "브릭스와 협상 중"…블룸버그 "EU에 협상 재촉" 해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의 장기간 교착에 불만을 품은 튀르키예가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을 타진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전날 현지 방송인 하베르튀르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BRICS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EU가 한발 더 나아갈 의지가 있었다면, 특정 사안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으로 시작된 브릭스는 지난해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 이집트 등이 가세하면서 갑절 이상으로 몸집을 불렸고, 추가 가입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주도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유럽과 공동방어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최대 교역 상대인 EU와 2005년 가입 논의를 시작했지만 인권탄압 논란 등으로 인해 협상이 교착돼 왔다.
피단 장관은 "나토를 통한 군사동맹이 존재하지만, 경제적 동맹은 현실화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새로운 경제 동맹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로 상호 간 무역을 진행하면서 대출 체계를 개발 중이라면서 이는 튀르키예 역시 선호하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피단 장관은 "EU와 비교할 때 브릭스의 다른 점이자 아름다운 점은 모든 문명과 인종이 혼합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만약 조금만 더 제도화될 수 있다면 이건 만만찮은 이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피단 장관의 이날 발언은 갈수록 다극화하는 세계에서 미묘한 균형을 추구하는 튀르키예와의 대화 속도를 높이도록 EU를 재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들어 튀르키예는 장기간 교착 상태였던 EU 가입 협상을 재개하려 시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경제 동맹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병행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앞서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경제안보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나토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SCO는 2001년 출범했고 중국, 러시아 외에 인도·이란·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파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달 3∼4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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