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 대출은 되고 HUG는 안된다?…전세사기 엇박자 지원 '질타'
野 "정부 부처 사이 전세사기 지원대책 협의 부족" 비판
피해자들 "피해 전부 구제해달라는 것 아냐…최소 보장 필요"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서는 대출 지원 기관마다 다른 피해 지원 요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피해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경락자금의 100%를 저리 대출해주겠다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100%를 적용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디딤돌대출은 DTI 60%를 적용해 경락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안상미 위원장이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 받았으나 경락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 사례다. 직장을 포기하고 피해자 단체 활동을 하느라 소득이 부족해 DTI 60%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안 위원장은 "다른 대출이 전혀 없고, 주택을 담보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대출인데도 DTI 규제를 적용해 경락자금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청문회에서는 '최소한 관계 기관 사이 협의나 진행 상황 파악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한 정부 협력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회의 체계가 있느냐"고 묻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따로 상설 회의체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엇박자' 지원 지적에 박 장관은 관계 기관과 협의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HUG 디딤돌대출에도 HF 기준과 같은 DTI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법원의 피해주택 경·공매 유예 조치가 연장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규정상 경·공매 유예는 1년까지 가능하지만, 필요한 경우 법원 판단으로 연장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 전 우선 조치할 수 있는 사안 중 사장 시급한 것이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이라며 "이달 21일 법원행정처에 각급 법원이 유예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최소 보장'을 요청했다.
안상미 위원장은 "선(先) 구제는 (전세사기 피해액 전부를 구제해달라는 요구처럼 받아들여져) 선입견을 갖게 한 단어이기 때문에 '최소 보장'이라는 단어로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전세금을 못 찾아 이사하기로 한 다른 집 계약금까지 포기해야 하는 피해자 등에게는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는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추산하는)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3만6천가구이고, 평균 보증금은 1억4천만원, 후순위이면서 최우선 변제금도 못 받는 분들이 50% 정도 된다"며 "국토부, 기획재정부가 피해 구제에 필요한 예산 추계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서 어렵다고 하는 동안 세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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