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야심작 사우디 네옴시티 결국 축소되나…"조만간 결정"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저탄소 미래 신도시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가 결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와 관련 있는 한 고문은 BBC에 네옴 프로젝트가 재검토되고 있으며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결정은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재보정(recalibration)이 있으리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겠지만 일부는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옴은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천500㎢)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의 첨단산업단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네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폭 200m·높이 500m·길이 170km의 거대한 직선형 구조물을 세우는 '더 라인'이다.
수소·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더 라인에는 도로나 자동차가 없어 주민들은 초고속 열차와 에어택시로 이동한다. 또 로봇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구역별로 제어되는 기후 덕에 사계절 내내 쾌적한 날씨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게 사우디의 구상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22년 더 라인을 발표하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 수가 2030년 100만명에 이르고 2045년에는 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은 사우디 당국자들이 170㎞에 이르는 더 라인 전체 구간 중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는 부분이 2.4㎞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 당국은 이 같은 사업 지연으로 2030년까지 100만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30만명으로 내려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 프로젝트 규모 축소에 나선 것은 재정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저유가로 정부 수입이 타격을 받으면서 사우디가 네옴 사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자금 조달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BBC는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22년 말부터 적자 재정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는 21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사우디는 탈석유 경제의 추진 재원을 마련하고 적자를 면하기 위해 배럴당 96.2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유지하기를 원하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옴 사업비는 발표 당시 5천억 달러(약 685조원)에서 최근에는 최대 1조5천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2조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사우디는 또한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세계박람회 등 대형 국제 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비용을 마련하고자 사우디는 이달 초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 112억달러어치를 매각하기도 했다.
은행가 출신으로 네옴 자문위원회에 있는 알리 시하비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목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게 설정된 것은 의도된 바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옴 프로젝트 외에 사우디가 대형 국제 행사 등을 줄줄이 앞둔 것과 관련해 "특정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는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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