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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ETF 시장 1년간 50% 커졌지만…외형 대비 내실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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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ETF 시장 1년간 50% 커졌지만…외형 대비 내실은 '물음표'
전세계 ETF 종목 8%가 한국 상품…순자산 비중은 0.8% 불과
운용사 경쟁 과열…엔비디아 고비중 ETF, 한국이 미국보다 많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저렴한 비용과 분산투자의 장점을 내세우며 금융시장 혁신을 불러일으킨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국내 총자산 150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외형에 비해 내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 격화로 과도한 테마형 ETF 난립과 인기 상품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150조6천5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어섰다. ETF 종목 수는 87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29일 ETF 순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약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0%나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다만 전 세계를 놓고 보면 한국 ETF 시장은 순자산 규모에 비해 ETF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글로벌 ETF 리서치기관 ETF GI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 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약 12조6천억달러로,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1경7천380조원에 달한다. 종목 수로는 1만728개다.
같은 시점 국내 상장 ETF들의 순자산 규모는 146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0.84%를 차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종목 수로는 전 세계의 8.1%(868개)가 한국 상품이다.



순자산 규모에 비해 종목 수가 많은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 많다는 의미다. 운용업계에서는 유사한 상품이 특정 시점에 우후죽순으로 출시되는 관행에서 이 같은 결과가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엔 2차전지 급등세에 따른 2차전지 ETF가 시장을 휩쓸었고, 하반기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수익률 등 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파킹형 상품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상품의 인기가 뜨겁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나홀로 질주' 양상을 보이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운용사도 라인업을 확충하는 모양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국내에서 엔비디아 비중을 20% 이상 담은 ETF는 1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4개가 올해 출시됐으며, 8개가 최근 1년 내로 상장한 상품이다.
반면 엔비디아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엔비디아를 20% 이상 비중으로 편입한 ETF가 7개에 불과하다. 1개를 제외하고 모두 시장에 나온 지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1년 반이 지났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고사 상태에 있고 ETF 시장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보니 이 시장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ETF는 개인투자자들을 선점해 놓는 게 중요해 한 테마가 대세를 형성하면 비슷한 상품을 일제히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섹터, 테마를 추종하는 ETF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운용업계가 상품 자체의 경쟁력보다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등 '출혈경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투업계에서는 일부 운용사들이 최근 ETF 마케팅이나 상품 출시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경쟁사를 금융당국에 제보했다는 소문도 떠돈다.
시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달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사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점유율 경쟁과 외형 성장에 매몰되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며 "ETF 총보수 인하는 투자자에게 당장은 좋은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역량이 키워지지 않아 업계 전반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nor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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