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침략당할시 상호지원' 근거?…유엔헌장 51조는
개별·집단 자위권 예외적 인정…'안보리 권한 존중' 내용도
전문가 "조약 합리화하려는 레토릭에 가까워"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북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의 핵심인 '침략시 상호 지원' 조항의 근거로 유엔헌장 51조를 거론, 해당 조문의 내용과 의미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제4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쪽이 공격당할 경우 다른 쪽은 유엔헌장 51조와 러시아·북한의 국내법에 따라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다.
유엔헌장 51조는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 회원국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라며 '개별 자위권'과 '집단 자위권'을 고유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개별 자위권은 자국이 타국의 공격을 받은 경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정당방위' 성격이며, 집단 자위권은 동맹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51조가 각 회원국의 개별 자위권뿐 아니라 적의 침략 시 동맹국이 개입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까지 인정한다는 점에서 북러는 양국의 조약이 국제 규범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51조는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된다"는 내용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51조에 따르면 이러한 자위권 조치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안보리의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안보리가 회원국의 자위권 행사라는 권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그동안 자위권을 인정한 이 51조 조항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 해왔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안보리가 정한 국제 규범들을 위반하고 있다는 오랜 지적을 이미 받아왔고, '불량국가'라는 오명하에, 국제사회에서 평화 위협세력으로 낙인찍혀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안보리 제재에 반하는 무기 거래 행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번 협정을 계기로 양국이 안보리 제재에 반하는 군사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도 전망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새 조약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며 제재 자체를 흔드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조약에 대해 '유엔헌장 51조'를 근거로 든 것은 양국의 협력을 합리화하려는 수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1조가 주권국이 가진 고유 권한으로서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내용인 것은 맞지만, 이는 국제평화를 위해 협력한다는 유엔헌장의 정신 속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며 "자위권을 발동하더라도 평화 유지를 위한 안보리의 권한이 여전히 있다는 점을 조문에 명시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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