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유력 네덜란드 총리는 '푸틴 저격수'
2010년부터 최장수 총리…14년간 난제 해결해온 '미스터 노멀'
2014년 여객기 격추 참사로 '반러' 앞장…"푸틴 강한 남자 아냐" 독설
"트럼프 대응에도 성공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력하게 떠오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온 '저격수'로 꼽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오는 10월 물러날 예정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간 반대 진영에 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이 최근 지지 입장으로 돌아섰고, 마지막 경쟁자였던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곧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뤼터 총리는 32개 회원국을 거느린 나토 수장으로 오르는 데 더는 걸림돌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올해 57세인 뤼터 총리는 2010년부터 네덜란드 총리로 있으면서 유럽연합(EU)의 꼬인 현안을 풀어온 해결사이자 러시아에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승부사로 평가된다.
그는 특히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도 "나는 그와 많이 얘기해봤다. 그는 강한 남자가 아니다. 과대평가할 필요 없다"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그가 러시아를 사실상 '적'으로 돌리게 된 계기는 201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덜란드 공항에서 이륙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제 미사일을 맞아 격추됐는데, 희생자 298명 중 196명이 네덜란드인이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뤼터 총리는 이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안방 정치에 집중하던 행보에서 벗어나 EU에서 목소리를 내며 입지를 넓히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후 그는 대러 강경론을 주도하며 다른 EU 정상들을 향해 푸틴식 러시아에 순진하게 굴어서는 안 되며, '강한 나토'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뤼터 총리는 러시아를 맹비난하며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우방 중 하나를 자처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우크라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고 조종사를 훈련시키도록 앞장섰고, 지난달에는 네덜란드 내 극우 세력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크라이나와 10년 방위 조약을 성사시켰다.
뤼터 총리는 역대 영국, 미국 정상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다루는 데도 가장 성공적이었던 EU 정상 중 한명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를 상대로 방위비 압박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나토 수장 후보로 뤼터 총리의 '몸값'도 올라갔을 수 있다.
현재 싱글인 뤼터 총리는 유니레버에서 일하다 2002년 정계에 입문해 하원의원에 이어 여러 장관직을 거쳤으며, 자유민주당(VVD) 당수로 오른 뒤 2010년부터 중도우파 성향의 연정을 이끌며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위기 등 각종 난국에도 무난하게 국정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스터 노멀'(Mr. Normal)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으나 지난해 난민 정책 등을 놓고 연정이 붕괴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진영이 압승하면서 뤼터 총리는 차기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임기를 맡게 됐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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