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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제약사-의사 리베이트…계속된 적발에도 여전
'의사 1천 명 리베이트 의혹' 고려제약 "정리된 입장 없다"
"구조적 문제" 지적 목소리…'성분명 처방' 주장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유한주 김현수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17일 고려제약[014570]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와 관련해 17일 "확인이 필요한 대상이 의사 기준으로 1천 명 이상"이라고 밝히며 대규모 수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의사들이 현금, 가전제품 또는 골프 접대 등으로 받은 리베이트 금액이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이라고 밝혔기에,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 계산으로도 총 리베이트 규모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
고려제약 한 회사에서만 조사 대상이 1천 명이 넘는 상황에서 경찰이 다른 제약사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도 열어놔 그 대상은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
고려제약은 1980년 설립돼 2000년 코스닥 상장된 제약사로 지난해 매출 81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한 제약사다.
이 회사가 제조하는 비타민·영양제나 일반의약품 매출, 수출을 제외한 전문의약품 매출의 상당 규모가 리베이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고려제약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수사 사실이 알려진 뒤 지금까지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날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따로 정리된 입장은 없다. 나중에 다시 연락 달라"며 말을 아꼈다.
고려제약 홈페이지는 이날 조 청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한때 접속이 폭주해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되지 않기도 했다.




◇ 반복되는 불법 리베이트…공정위 등 잇단 적발
제약사의 의사 등에 대한 리베이트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사안은 아니다.
최근 사례만 봐도 지난해 종근당[185750] 계열사 경보제약[214390]이 수백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이를 넘겨받은 검찰이 수도권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보제약에 대해 2015년 8월~2020년 7월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13개 병의원과 약국에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150차례에 걸쳐 2억8천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했다며 올해 초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에는 JW중외제약[001060]이 2014~2018년 전국 1천500여개 병의원에 7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이 회사에 역대 최고액인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안국약품[001540]이 2011년 11월~2018년 8월 병의원과 보건소 의사 등에게 현금 62억원과 27억원 상당의 물품을 부당하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적발된 제약사들은 영업사원 인센티브나 지점 운영비 등 명목으로 현금을 마련해 의사에게 제공하거나, 현금 지원을 내부 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 회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쌍벌제 도입했지만…"구조적 문제"
과거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만 처벌하던 것에서 2010년 쌍벌제를 도입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도 자격정지나 취소, 징역·벌금형 등으로 함께 처벌받게 되는 등 당국도 꾸준히 리베이트 근절 노력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제약사와 의사 간 유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를 맡았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지 않으면 제약사는 약을 팔 수가 없고, 의사도 제약사 관계자와 이런저런 친분을 맺다 보면 유혹에 넘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도 "특정 의사한테 특정 약품의 매출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며 "제약사는 특정 의사만 설득하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판이 짜여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경쟁 구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동일한 약제가 시장에 100개 이상 있고 환자는 한정된 상황에서 제약사가 약을 판매할 방법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네릭 기업 간 경쟁 구도에서는 제품의 차별성보다 영업 활동, 회사의 인지도가 영향을 미친다"며 "회사가 실적을 강요하면 영업 사원은 불법이라도 실적을 채우기 위해 불법 판매 방안을 모색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특정 회사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분명으로 처방해 의사의 절대적 권한을 축소하면 리베이트를 주고받을 유인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약사회는 2020년 리베이트 근절 대안으로 ▲ 위탁제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관련 복제약 품목 허가 장벽 높이기 ▲ 복제약에 별도 상표명 불허 ▲ 복제약 약가 제도 개선 ▲ 제약 영업 대행사 관리 강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 또는 현실적 방안으로 이뤄지는 대체조제가 현실화할 경우 리베이트 대상이 약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벌제 도입에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의사·한의사·약사 등에게 내려진 행정처분 224건 가운데 면허 취소는 23건이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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