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자 무기화…아프리카 젊은이들 우크라 전장에 보내"
러시아 이어 우크라도 수감자 병력 동원…"4천600명 이상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가 비자를 무기로 외국인 학생과 이주 노동자에게 참전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9일(현지시간)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수천 명의 이주민과 외국인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도록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 관리들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전술을 활용, 아프리카 학생들과 젊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입대에 동의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위협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유럽 당국자는 취업 비자로 러시아에 체류 중인 일부 아프리카인들이 구금됐으며 추방과 전투 참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들 중 일부는 뇌물을 주고 러시아에 머물면서 전장 투입을 피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럽 당국자는 외국인이 투입된 부대는 더 고도로 훈련된 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작전에 점점 더 많이 투입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상자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포함해 적어도 21개국에서 외국인 용병 모집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했던 이주민과 학생이 주요 공략 대상으로, 보수가 좋은 일자리로 유혹한 뒤 전선 투입을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도 전장에서 붙잡은 포로 중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인과 네팔인이 많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네팔 정부는 자국민이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실종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취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처럼 외국인 용병 확보에 나선 것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병력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5월 한 달간만 하루에 1천200명 이상의 병력 손실을 보았고, 전쟁 발발 이후 50만명의 병력이 사망했거나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열린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 대표 간담회에서 병력 손실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AFP 통신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복 불가능한 손실' 비율이 5대 1로 동일하다면서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군대가 매달 5만명의 병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푸틴 대통령의 이 발언이 한 달에 약 1만여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역시 병력 부족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수감자를 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잔여 형기가 3년 미만인 수감자를 대상으로 군 복무 형태의 조건부 가석방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금까지 4천656명의 죄수가 군 복무 조건의 가석방 제도에 지원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법무부는 이를 통해 5천명가량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병력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 연령을 낮추고 징집 기피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금전적 보상도 늘려왔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징병 연령 남성의 영사 업무를 중단해 귀국을 압박하는 조치도 취해왔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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