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수낵-스타머 격돌…"증세, 노동당 DNA" vs "보수당은 방화범"
총선 첫 TV토론…승자 묻는 여론조사에 수낵 51% vs 스타머 49%
열세 수낵, 공세 모드…英언론 "스타머, 실수 피하려 '부자 몸조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총선을 한 달 앞둔 4일(현지시간) 처음 열린 TV 토론에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와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경제, 이민, 공공의료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격돌했다.
수낵 총리의 깜짝 승부수로 앞당겨지게 된 이번 조기 총선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도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상 집권보수당이 노동당에 20% 포인트 이상 뒤지며 집권 14년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낵 총리는 공격적 모드로 스타머 대표를 몰아붙였다.
그는 이날 밤 ITV에서 생중계된 토론에서 보수당 정부 하에서 임금이 오르고 세금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노동당이 집권하면 모든 가정의 세금을 2천 파운드(약 350만원)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은 여러분의 세금을 올릴 것이다. 그게 그들의 DNA에 있다"며 "노동당은 여러분의 일, 자동차, 연금에 세금을 물릴 것"이라고 공세를 거듭했다. 2천파운드는 보수당이 노동당의 지출 계획을 바탕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잘못된 추산이라며 소득세나 국민보험(NI) 요율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스타머 대표는 2천 파운드 증세론은 "허튼소리"라면서 재정 계획 없는 감세안으로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정부였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민과 관련, 수낵 총리는 르완다로 망명 신청자를 이송하는 정책을 이행하고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이를 막는다면 유럽인권협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스타머 대표는 "역대 최다 이민은 총리의 책임"이라며 집권시 밀입국 조직을 단속하고, 유럽인권협약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긴 대기 시간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것도 보수당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가 긴 대기 시간을 줄이지 못한 이유로 의사들의 쟁의행위를 거론하자 방청석 한쪽에서 불만 섞인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고, 스타머 대표는 "남 탓인가"라고 꼬집었다.
마무리 발언에서 수낵 총리는 "스타머 대표는 여러분에게 백지 수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불확실한 총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머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선택은 분명하다. 보수당과 더한 혼란을 겪을지, 바뀐 노동당과 영국을 재건할지"라며 "보수당에 5년을 더 주면 방화범에게 성냥을 되돌려주는 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토론 직후 시행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이날 토론 승자는 수낵 총리라는 응답률이 51%로, 스타머 대표가 승자라는 응답률 49%보다 높았다.
누가 더 총리직에 어울리는지 문항에도 수낵 총리(43%)가 스타머 대표(40%)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누가 더 신뢰할 만한지에는 스타머 대표가 49%로 수낵 총리 39%에 앞섰고 호감도도 스타머 대표가 50%로 수낵 총리 34%에 크게 앞섰다.
영국 총선에서 TV 토론은 지난 2010년 처음 치러지는 등 비교적 역사가 짧다.
영국 언론은 전반적으로 수낵 총리가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고 스타머 대표는 보다 신중한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보수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고비를 넘기려 분투해온 총리는 자신에게 감세와 연금 보호, 이민 감축 계획이 있다고 말할 기회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 넉넉하게 앞선 스타머 대표는 실수하거나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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