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 공방 본격화…"업종별 구분해야" vs "차별 안돼"(종합)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수준·업종별 구분적용 등 공방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논의·회의 공개 범위 놓고도 노사 이견
(세종=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양측은 최저임금 수준은 물론,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인 ▲ 임금실태 ▲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보고서를 검토했다.
지난달 21일 첫 전원회의에서 상견례를 하며 탐색전을 마친 노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부터 쟁점 사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공방을 펼쳤다.
사용자 측 운영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 영업이익 감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 증가 등을 들어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이들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 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의 비율)이 업종별로 40∼50%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 해소를 위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역시 사용자 측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심도 있는 구분 적용 심의를 위한 위원회의 자료 제공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근로자 측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어제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러 모였다"며 "업종별 차별 적용처럼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논의는 걷어내고 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이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이 악화하고 해당 업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구분 적용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경영계는 지난 회의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에 대해 이견을 표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며 "케이스별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형태 근로자의 경우 필요성이 인정돼야 (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데 인정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와 법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재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안건의 심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다음 회의에서 논의한다고 전했다.
노사는 이날 심의자료로 오른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해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국통계학회가 2023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작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원으로 전년 대비 2% 올랐다.
류 전무는 "여기엔 월 소득 700∼800만원의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한 것이라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선 부위원장은 "비혼 단신근로자가 (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임금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단신근로자가 아닌) 가구 생계비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1일과 13일 3·4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이날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린 회의 공개 수준에 대해서도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는 노사공 운영위원 모두발언만 언론에 공개된다.
이후 위원회는 17∼21일 서울, 광주, 창원, 전주, 완주의 사업장 현장 방문을 거친 후 이달 마지막주에 전원회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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