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개표 현재 ANC 40.2% 득표…생활고에 민심 이반
라마포사 대통령의 거취가 연정 주요 변수…ANC "퇴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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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0년 단독 집권의 막을 내렸다.
ANC는 총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다른 당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99.91% 진행된 가운데 ANC는 40.21%를 득표했다. 이는 직전 2019년 총선(57.50%)보다 17%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자칫 40% 선도 무너질뻔한 '참패' 수준의 성적이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30년간 7번의 총선에서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1.78%로 2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4.58%로 그 뒤를 이었다.
원내 제2야당이었던 경제자유전사(EFF)는 9.51%로 4위로 밀려났다.
이밖에 잉카타자유당(IFP)과 애국동맹(PA) 등 일부 군소 정당이 2∼3%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과반 득표에 실패한 ANC는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회 400석을 배분하며 의회 과반의 동의로 대통령을 간선제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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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이날 총선 이후 첫 공식 논평에서 "ANC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NC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앞으로 며칠 동안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엔 선을 그었다.
그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안 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연정의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각종 부패 혐의로 2018년 당시 대통령직과 ANC에서 축출됐다. 이를 주도한 게 부통령이었던 라마포사 현 대통령이다.
ANC의 과반 획득 실패는 3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사태가 겹치며 민심을 잃은 탓으로 분석된다. 라마포사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영국 BBC는 ANC의 과반 득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득표율 45% 선까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축하할 것이 없다"며 "우리가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고 정당으로서 해야 할 많은 일을 미룰 경우 우리 당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ANC가 득표율 2, 3위를 차지한 DA, MK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정책 노선도 다른 터라 남아공은 사상 첫 연정 구성을 두고 정국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번 총선 최종 결과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저녁 발표될 예정이다. IEC의 최종 결과 발표 뒤 14일 이내에 소집된 새 의회의 첫 회의에서 대통령이 선출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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