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약품 여러 효능'…기존약 새 치료대상 찾는 제약업계
저비용으로 약물 가치 재창출…임상 2상부터 진입 장점
비만약, 간·심혈관 약으로…보툴리눔 톡신 10여개 적응증 연구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의약품의 치료 범위(적응증)를 확장하며 제품 가치를 재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심혈관 관련 문제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를 간 질환에도 적용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 역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심혈관 질환에 적용하는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 산업은 치료제의 새로운 효능이 규명되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심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다 뜻밖의 효능이 확인돼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됐으며, 비만 치료제 역시 초기에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다.
탈모 치료제의 시초로 불리는 화이자의 '미녹시딜' 역시 원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임상 시험에서 모발이 과도하게 자라는 부작용이 나타나 관련 치료제로 성장했다.
현재 적응증 확장은 낮은 비용으로 약물의 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허가받은 의약품을 활용하므로 임상 1상에서 인체 독성 등을 평가하는 과정이 면제되고, 임상 2상 단계부터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적응증으로 치료제의 특허를 연장해 시장 입지를 이어갈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단백질 후보물질 발굴 뿐 아니라 치료제의 다양한 효능을 밝히는 데 이바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치료제의 적응증 추가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헬리코박터균 제거를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GC셀은 간세포암 제거술 이후 보조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받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를 췌장암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068270]은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의 염증성 장 질환(IBD) 치료 사용을 추가로 승인받은 바 있다.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에 대해서도 희귀·난치성 질환 등 매년 10개 이상의 적응증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적응증이 확대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 과정을 거쳐야 해 곧바로 매출 확대로 이어지진 않지만, 의료진들 사이에서 임상 경험이 쌓여 제품 인지도와 처방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30개 적응증을 허가받은 세계적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다양한 암종에서 처방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다른 용법이라 할지라도 부작용 등이 어느 정도 예측돼 처방하기 편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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