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기술유출방지 의무 부과
첨단기술 보호 추세 동참…美반도체법도 中서 생산능력 확장 시 보조금 반환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 5개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외국으로 기술 유출 방지 의무를 새로 부과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이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세계적으로 첨단 기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도 이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시행된 경제안보추진법이 정한 '특정중요물자' 12개 분야 가운데 반도체, 첨단 전자부품, 배터리, 공작기계 및 산업용 로봇, 항공기 부품 등 5개 분야의 보조금에 관한 고시를 변경해 적용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5개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는 외국에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가 새롭게 부과된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우선 경제산업성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중요 기술을 제출해야 한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소재나 항공기용 탄소 섬유 제조법 등이 제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수령 기업은 이런 중요 기술에 관련되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관련 인사가 퇴직 시 기술을 반출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
또 보조금 수혜 기업이 외국에서 중요 기술과 관련된 제품 생산을 시작하거나 증산하는 경우 경제산업성과 사전에 상담해야 한다.
이 밖에도 보조금 수혜 기업은 거래처의 기술 유출 대책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정부는 기업에 보조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첨단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건설하는 데 총 1조2천억엔(약 10조6천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잇달아 지원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다카야마 요시아키 연구원은 "국가의 자금을 사용해 생산하는 물자의 기술 유출을 막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도 반도체법에 따라 자국 기업인 인텔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한다.
또 수익 전망치를 초과한 이익 공유,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
이런 조건을 어길 경우 이미 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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