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거부권으로 폐기수순 밟을듯
21대 국회 임기 하루 앞두고 통과…재의결 시간 부족
국토부, 22대 국회서 정부안 추진…"피해자·전문가 의견수렴"
'6개월마다 특별법 보완' 해 넘긴 약속…커지는 전세 피해자 고통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를 단 하루 앞두고 법안이 통과됐기에 재의결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170명에 찬성 170명으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해 불참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자구 정리 후 정부로 이송되기까지 통상 일주일 안팎이 걸린다. 대통령은 법제처가 법안을 접수한 날부터 휴일을 포함해 15일 안에 법안을 공포할지, 국회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의 경우 국회 본회의 가결(5월 2일)부터 정부 이송(5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5월 21일)까지 약 3주가 걸렸다.
그러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채상병특검법과는 상황이 다르다. 21대 국회가 오는 29일이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국회가 정부에 특별법 개정안을 긴급 이송하면 윤 대통령은 29일 중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 법안 공포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마쳐 논란과 분쟁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9일 자정이 가까운 무렵에 국회로 법안을 돌려보내면 21대 국회 임기 내에 본회의를 열어 다시 표결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국회 사무처는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5월 30일로 날짜가 넘어가면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2016년 5월 19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임기 만료 직전 거부권을 행사했고, 20대 국회에서 재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 방안을 밝힌 국토부는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정부안'을 새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LH의 피해주택 매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방안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전문가 토론회도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22대 국회의 원 구성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 구성 이후 국회가 새로 제출된 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표결하기까지 특별법이 보완해야 하는 '사각지대' 전세사기 피해자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6개월마다 보완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은 해를 한참 넘겨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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