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예고에 재탕까지…밸류업 1호 공시 경쟁 '눈살'(종합)
키움증권·KB금융 잇단 밸류업 공시에 "새로운 게 없다" 반응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가 본격 개시된 가운데 금융사들이 경쟁하듯 공시를 내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보여주기용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039490]은 이날 거래소 기업공시 사이트 'KIND'에 별도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업계 최고 자본효율성을 기반으로 주주 중시 경영을 하겠다"면서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별로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 사업 진출 계획으로는 초대형 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비즈니스 진출, 특화된 연금 서비스 제공,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지난 3월 키움증권이 이미 공정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안착을 통한 해외 진출 확대 등도 지난 3월 공정공시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전파된 내용이다.
초대형 IB 인가는 키움증권이 이미 수년째 추진 중인 사업인 데다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라덕연 사태'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잠정 중단됐다. 오히려 관련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상장사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KB금융[105560]은 공시 일정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전무했다.
전날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예고성 공시를 내고 "당사는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KB금융은 전날 개장 전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냈지만 공시 당일 주가는 오히려 0.78% 하락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는 기업이 주주 입장에서 가치 제고 방안을 깊이 고민해 해결책을 내라는 것인데 정답이 정해진 숙제가 아니라서 굉장히 어렵다. 상장사들이 공시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공시는 오히려 시장에 '이 정도면 된다'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과 관련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실제로 4분기 공시를 목표로 내부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하고 있고 실효성 있는 내용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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