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총선 D-2] 사실상의 대선…차기 대통령은
라마포사 대통령 연임에 DA·EFF 대표 도전 구도
주마 전 대통령, 신생 MK당 창당해 명예회복 노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은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르는 20여 개의 대선·총선 중 가장 주목받는 선거다.
남아공의 정치·외교·경제적 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총선 이후 의회에서 '아프리카 맹주' 남아공의 대통령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총선으로 구성된 의회가 14일 이내에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간선제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연임을 노리는 가운데 원내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의 존 스틴헤이즌 대표, 제2야당 경제자유전사(EFF)의 줄리어스 말레마 대표 등이 도전하고 있다.
각종 부패 의혹으로 중도 퇴진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도 신생 움콘도 위시즈웨(MK)당을 창당해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범죄 경력을 이유로 출마 자격이 박탈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올해 71세로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6년 정계를 떠나 기업가로 성공한 그는 2014년 부통령으로 복귀했다.
2018년 주마 전 대통령이 사임한 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2019년 총선에서 57.5%의 득표율로 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신의 농장에서 발생한 거액의 미화 도난 사건과 관련, 불법 의혹이 2022년 제기됐으나 같은 해 1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재선에 성공, 연임에 도전한다.
그는 좌파에겐 너무 기업 친화적이라고, 우파로부터는 우유부단하다고 비판받으면서 차라리 사업가로서 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대통령으로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자칫 30년만에 단독 집권에 실패한 ANC 당대표라는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주요 4개 정당 대표 중 유일한 백인으로 2020년 처음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했다.
2000년 출범한 DA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정부에서 국민당 정권에 맞서 노동권 보장 등 민주적 권리 보장을 주장한 진보적 백인 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더반시 시의원과 콰줄루나탈주 주의원을 거쳐 2011년 의회에 입성했고 지난해 8월 11개 야당 연합체인 다당헌장(MPC) 구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DA가 참여하는 연정이 구성된다면 올해 48세인 그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빨간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인 말레마 EFF 대표는 올해 43세로 주요 4개 정당 대표 중 가장 젊다.
ANC 청년 지도자 출신으로 2012년 내부 불화로 쫓겨난 뒤 이듬해인 2013년 급진 좌파 정당인 EFF를 설립했다.
심각한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 토지 재분배와 주요 경제 부문의 국유화 등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한다.
요하네스버그의 부촌에 산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수호자라고 강변해 달변가라는 평을 받는다.
MK당 대표 주마 전 대통령은 82세의 고령에도 무대에서 즐겨 춤추고 노래하는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다.
재임 기간(2009∼2018년) 각종 부패 의혹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MK당을 창당하고 이번 총선에서 명예를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부패와 정경유착 의혹을 심리한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한 혐의로 2021년 6월 선고받은 징역 15개월 형을 이유로 최근 그의 출마를 불허했다.
당시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직후 그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에서 일어난 항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35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미 인쇄된 이번 총선 투표용지에는 여전히 그의 얼굴이 MK당 대표로 남아 있다. 지역을 기반한 그의 인기 탓에 '친정'인 ANC의 표가 분산될 수 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