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오르니 더 멀어진 금리 인하…"물가압력 커져"
소비회복 등에 수요측 압력 가세…한은 "금리인하 더 불확실"
전문가·시장 "10∼11월 인하도 물건너가나"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당초 우려보다 우리나라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은 오히려 더 짙은 안개 속에 빠졌다.
민간 소비 등이 살아날수록 수요측 물가 압력이 커져 금리를 낮추기가 더 어렵기 때문인데, 하반기 인하마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한은. 연간 물가 2.6% 유지했지만 하반기는 2.3→2.4%
한국은행은 23일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눈높이를 기존 2.1%에서 2.5%로 한꺼번에 0.4%포인트(p)나 높였다.
시장의 기대를 훌쩍 넘어선 1분기 성장률(1.3%)을 바탕으로 재추산한 결과 예상보다 강한 정보기술(IT) 업종과 미국의 경기 덕에 순 수출(수출-수입)이 0.3%p, 민간 소비 등 내수가 0.1%p 각각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장률 상향조정에도 올해 소비자물가 예상치(2.6%)는 그대로 유지됐다.
성장을 견인한 순 수출을 들여다보면 특히 온화한 겨울 날씨와 반도체 투자 지연 등으로 1분기 에너지류·반도체 장비 위주로 수입이 줄었는데, 이들 품목의 수입 감소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1.6%에서 1.8%로 높아진 민간 소비 성장률은 분명히 수요측 물가 상방 위험 요인이지만, 소비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물가 대책 등이 시행되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지만, 물가 정책을 통해 상쇄되는 부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2.6%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며 "다만 소수점 한자리까지만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 그대로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에선 상당 부분 올랐다. 하반기 물가 상승률도 2.3%에서 2.4%로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 "금통위원 6명 중 5명, 3개월 후에도 3.5% 의견"
하지만 한은은 경기 호조의 물가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성장률 상향조정에 따른) 물가의 상방 압력이 있어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단 향후 3개월 내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도 시장에 내놨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여섯 분의 금통위원 가운데 다섯 분이 앞으로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목표 수준(2%)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4월 기준금리 결정 후 언론 질의·답변 과정에서 거론된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금리인하 시점 '탈(脫)동조화' 가능성에 대한 이 총재의 언급도 매우 신중해졌다.
이 총재는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낮춘 스웨덴과 남미 국가에 대해 "스웨덴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 상태라 빨리 낮춘 것 같고, 남미는 워낙 물가가 높은 수준인 만큼 우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기계적으로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격차가 환율이나 자본이동 등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가능성 등을 도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리 인하 시점, 10∼11월에서 더 늦춰질 수도
이날 금통위 회의 전까지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일러야 9월께,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이번 금통위에서 강한 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이 논의된 만큼, 시장의 인하 예상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유가·농축산물 가격·공공요금 등의 상황에 따라 첫 인하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일러야 9월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인하 횟수도 연내 한 차례(0.25%p) 또는 두 차례(0.50%p)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의 인하 이후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인하 횟수는 연내 한 차례(0.25%p)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최대 수준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 해소가 필요한 만큼, 미국이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한국이 빠르게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의 경우 9월 인하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물가 상황 등에 따라 4분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연준이 9월 내린다면 한은은 11월 마지막 금통위에서 0.25%p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가 불안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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