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2위' 국가주석에 럼 공안장관…"권력 1위 발판"(종합)
'부패 척결' 와중에 100만원 '금박 스테이크' 논란도…국가지도부 공백 두 달 만에 마무리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에서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던 또 럼(66) 공안부 장관이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는 이날 비밀투표를 거쳐 만장일치로 럼 장관을 국가주석으로 선출했다.
국회는 앞서 지난 20일 쩐 타인 만(61) 국회 부의장을 국회의장으로 뽑았다.
팜 민 찐(66) 총리도 공안부 차관 쩐 꾸옥 또(62)를 공안부 장관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 3월 보 반 트엉(53) 전임 주석의 전격적인 사임을 시작으로 권력 서열 톱 4명 중 2명이 공석이 된 지도부 공백 사태가 약 두 달 만에 마무리됐다.
국가주석은 상징적인 역할이 크지만, 1위인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권력 서열 2위 자리다. 이 둘과 총리(3위), 국회의장(4위)이 이른바 '4개의 기둥'으로 불리는 베트남 국가 최고지도부를 형성한다.
럼 주석은 공안부에서만 40여년간 근무해온 공안통이다. 베트남 내 시민운동 등을 적극 진압해온 강경파 인사로 꼽힌다.
그는 2016년 공안부 장관을 맡은 뒤 최근 수년간 '불타는 용광로'로 불린 부패 척결 수사를 주도했다. 이 수사로 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이 체포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과 팜 빈 민·부 득 담 등 부총리 2명이 급작스럽게 물러났다.
이어 올해에도 트엉 전 주석과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권력 서열 5위인 쯔엉 티 마이 당 조직부장 등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 꼽히던 인사들이 전격 사임했다.
이런 지도부 공백 상태로 그간 투자 대상으로 베트남의 강점이었던 정치적 안정성이 퇴색했으며, '탈(脫)중국'을 위해 베트남에 투자하려던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가 일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럼 주석이 반부패 수사를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 럼 주석이 이제 유력한 차기 서기장 후보가 됐다고 관측했다.
응우옌 푸 쫑(80) 서기장은 고령으로 임기가 끝나는 2026년 이후 연임을 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동남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군사관학교(ADFA) 명예교수 럼 주석 선출로 베트남의 권력 투쟁이 일시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기 서기장 자리를 둘러싼 핵심적인 전투가 남아 있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이어 그가 "4개의 기둥 중 하나인 자신의 지위를 서기장이 되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응우옌 칵 장 연구원도 럼 주석이 서기장이 되기 위해 "매우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찐 총리도 차기 서기장 주요 후보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럼 주석은 이날 주석으로 선출된 직후에도 "부패와의 싸움을 단호하고 끈질기게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들은 그가 베트남의 코로나19 록다운(봉쇄) 기간인 2021년 11월 '솔트 배'(Salt Bae)로 잘 알려진 유명 셰프 누스레트 괵체의 영국 런던 레스토랑에서 고가의 금박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에는 그의 금박 스테이크 사건을 풍자한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한 베트남 시민이 '반국가 선동'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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