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세계 첫 전기차 정면충돌 테스트…"안전은 우리의 DNA"
반파된 EQA·EQS SUV 테스트차량 전시…운전석·프레임은 멀쩡
자동전원차단·탄탄한 하우징으로 배터리 보호…"2050년 무사고 주행 달성"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벤츠의 안전 기준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구분 짓지 않습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한쪽에 놓인 반파된 구형 벤츠 EQA와 EQS SUV 앞에 선 채 이같이 말했다.
차량 앞면을 덮고 있던 보닛은 종잇장처럼 구깃구깃 접혀 기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고, 내부 부품은 휘어지고 깨진 채 바깥으로 훤히 드러나 있었다.
두 차량은 벤츠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진행한 전기차 정면 충돌 테스트에 사용됐다.
통상 차량을 벽면에 충돌시키거나, 차량 전면을 재현한 알루미늄 장애물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벤츠는 2.2t과 3t에 달하는 순수 전기차 두 대를 직접 충돌시킨 것이다.
당시 두 차량은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시속 56㎞로 달려오며 앞 면적 50%를 접촉하며 충돌했다. 상대 속도가 시속 112㎞에 달해 기존 유로 신차 안정성 평가(NCAP)에서 진행하는 충돌 테스트 규정(시속 50㎞)보다 더 혹독한 환경에서 실험됐다고 볼 수 있다.
두 차량을 살펴보니 전면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지만, A필러부터 루프, 트렁크에 이르는 프레임은 온전했다.
4개의 문은 모두 정상적으로 여닫혔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구획 및 앞뒤 공간도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 실내의 널따란 디스플레이도 실금 하나 없었다.
마르셀 브로드벡 벤츠 엔지니어는 "충돌 시 전면부가 변형되는 것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며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게끔 변형 공간을 설계하고 부품을 정교하게 배열하는 게 엔지니어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말했다.
특히 전면의 널따란 대형 크로스빔, 그 뒤편의 다층 종방향 구조물이 순차적으로 충격을 분산해 운전자의 생존 공간을 확보한다는 게 브로드벡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충격 위치와 그에 따른 회전을 감지해 에어백도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운전대에서 터지는 에어백이 운전자와 너무 가깝지 않도록 충격 직후 자동으로 거리를 조정하기도 한다.
브로드벡 엔지니어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다"며 "그건 바로 배터리의 생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사고 직후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며, 배터리 주변의 벌집 모양 구조물이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벤츠 사고조사 부서가 다양한 사고 유형을 분석해 차체에서 변형 위험이 가장 낮은 부분에만 고전원 부품을 배치했으며, 고전압 요소에는 탄탄한 하우징을 사용해 파손 위험을 최소화했다.
그는 "차량이 전복된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배터리 무게를 루프가 견디지 못한 적은 없었다"며 "차체 무게의 4∼5배의 무게를 가해도 루프는 깨지지 않는다"고 했다.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하기 전 한 번 더 확실히 전류 케이블을 절단할 수 있도록 수동 비활성화 기능도 탑재됐다. 더욱 안전하고 신속하게 차량에서 승객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테스트에 활용된 인체모형을 통해서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형에 부착된 150개의 측정지점을 분석한 결과, 중상 또는 치명적 부상을 입을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무사고 주행을 2050년까지 달성한다는 '비전 제로' 목표 아래 사고 조사, 주행 시험, 안전 시스템 업데이트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1969년 설립돼 60년 이상 충돌 테스트 경험을 보유한 벤츠 그룹 AG 사고연구 부서는 '비전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부서다.
바이틀 사장은 "안전은 벤츠 브랜드의 핵심이자 DNA"라며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자체 사고 연구 부서를 설치해 2만명의 엔지니어가 무사고 주행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win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