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 구호트럭 차단 돕나…"일부러 극우세력에 동선 유출"
英매체 "고의로 동선 흘려 구호품 전달 차단"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 군경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트럭의 위치를 일부러 극우 활동가들에게 노출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호 트럭의 동선이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해 노출되고, 극우 활동가들이 트럭 이동을 막아서면서 인도주의적 물품 전달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를 다수의 목격자와 인권 운동가들의 진술, 이스라엘 활동가 내부 메시지 등으로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극우 활동가 등이 구호 트럭 이동을 막아선 것은 국제 원조 물품이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해 전용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활동가 단체 'Tzav 9'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하마스가 구호 물품을 가로채고 있다고 보고 트럭 이동을 막아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과 군인의 임무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인데도 구호 트럭 호송이나 돕고 있다"며 "구호 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만큼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부 정보원이 이스라엘 군이라고 인정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메시지에도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메시지에는 극우 활동가들이 회원들에게 군경으로부터 트럭 동선에 대한 정보를 미리 받을 것이라고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디언이 확보한 또다른 왓츠앱 메시지에는 이스라엘군(IDF) 장교에게서 팔레스타인 거주지로 트럭이 이동한다는 정보를 받았다는 언급이 있었다.
'Tzav 9'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보를 이스라엘 민간인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하며 "전쟁이 발발한 지 8개월이 지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자지구에서 구호물자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인도주의적 원조를 전달해왔는데, 하마스는 이 물건을 민간인에게 되팔고 있다"며 "구호 물품이 민간인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기 전까지 트럭 이동 봉쇄를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주 팔레스타인 서안의 한 검문소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물자 수송 트럭을 막아 세우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정착민들이 구호 물품을 바닥에 던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트럭이 불타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하마스에 대한 물자 공급을 중단시키기 위해 트럭을 막아 세웠다고 주장했다.
구호 트럭을 운전한 팔레스타인 운전사들도 당시 상황을 '야만적'이라고 묘사하며 호송을 맡은 이스라엘군도 이를 막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럭 운전사 야지드 알-주비는 "군대가 우리를 돕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스라엘 정착민을 돕고 있었다"고 고발했으며, 가디언이 입수한 당시 영상에서도 호송을 맡은 이스라엘군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스라엘 경찰과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군경이 구호 트럭 차단을 돕고 있다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니르 디나르 이스라엘군 국제언론 담당은 이와 관련해 "처음 듣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경찰이 구호 트럭 관련 사고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나르는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이런 종류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지난 19일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트럭 반입을 이스라엘 정부가 막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구호물자가 하마스에 의해 전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과 구호 기관들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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