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리-제1야당 대표 사상 첫 TV 토론, 형평성 문제로 취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여야를 대표하는 두 여성 지도자의 1대1 TV 토론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다른 정당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안사(ANSA)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권 여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47) 총리와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39) 대표는 오는 23일 공영방송 라이(Rai) 주관으로 1대1 TV 토론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통신 규제위원회(AGCOM)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라이가 다른 정당에도 똑같은 토론 기회를 제공하거나 정당들로부터 1대1 토론에 대한 과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라이는 이날 과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두 여성 지도자 간의 1대1 TV 토론을 취소했다.
슐라인 대표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언제 어디서든 멜로니 총리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로니-슐라인의 이번 격돌은 이탈리아에서 현직 총리와 야당 대표 간의 사상 첫 TV 토론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으나 다른 한편으로 소외된 다른 정당들의 반발을 불렀다.
제2야당인 오성운동(M5S)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1대1 토론 방식이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해 다른 정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서 멜로니 총리의 FdI는 약 2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PD가 약 20%, M5S가 16%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멜로니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극우 정당 동맹(Lega)과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의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는 모두 8%를 조금 넘는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2022년 10월 집권한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다. 슐라인이 지난해 3월 PD의 첫 여성 대표로 선출되면서 여성 정치 지도자 간의 전례 없는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각각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이들은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출신 환경과 정치 성향, 주요 정책까지 극단적으로 다르다.
멜로니 총리가 노동자 계층 거주지에서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데 반해 슐라인 대표는 스위스의 중산층 학자 집안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멜로니 총리는 반이민과 반동성애, 자국 우선주의 등 극우적 정치 성향을 보인다. 반면 슐라인 대표는 양성애자에 성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이고 친유럽 성향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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