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슈디, '툭하면 명예훼손 소송' 멜로니에 "철 좀 들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9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철들어라"(Grow up)고 핀잔을 줬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루슈디는 이날 토리노 국제도서전에서 멜로니 총리가 자신에게 욕설했다는 이유로 반마피아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건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정치인은 비판에 쉽게 동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오늘날 정치인은 큰 권력뿐만 아니라 큰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로베르토가 사용한 것과 같은 나쁜 단어를 사용해 어떤 이들이 직설적으로, 심지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나는 이 여성(멜로니 총리)에게 덜 유치해지고 철 좀 들라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루슈디는 1988년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줄곧 살해 위협을 받았고, 결국 2022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했다가 레바논계 시아파 무슬림에게 흉기 습격을 당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간이 손상되고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 등 중상을 당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루슈디 피습 사건과 멜로니 총리의 사비아노 명예훼손 소송은 닮은 꼴이다.
총리가 되기 전부터 강경 난민 정책을 주장해온 멜로니는 2020년 12월 지중해 이주민 이슈를 다룬 TV 토크쇼에 당시 이탈리아형제들(Fdl) 정당 대표 자격으로 사비아노,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와 함께 출연했다.
자료 영상으로 난민 보트 전복 사고로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잃은 어머니가 절규하는 장면이 나간 뒤 흥분한 사비아노는 "나쁜 놈들(bastards),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멜로니, 살비니 이 나쁜 놈들"이라고 격분했다.
멜로니는 토크쇼가 끝난 뒤 사비아노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국제 언론 단체의 소송 취하 촉구 호소에도 결국 사비아노를 법정에 세웠다. 지난해 10월 1심은 사비아노에게 1천유로(약 142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비아노는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멜로니 총리 역시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사비아노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마피아 조직 카모라의 실상을 고발한 소설 '고모라'의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멜로니 총리는 자신을 "신나치"라고 비난한 저명 인문학자 루치아노 칸포라 전 바리대 교수, 이탈리아 공연에서 자신을 모욕한 영국 록밴드 플라시보의 리더 브라이언 몰코 등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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