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되살리려 석유 부국 사우디 머니에 '구애'
홍콩거래소·사우디주식거래소 모회사, 자본시장 콘퍼런스 공동 개최
사우디 국영 아람코 홍콩 상장 성사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홍콩이 자신들의 주식시장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유치에 나섰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 상장과 자금 유치를 모색하는 가운데 홍콩거래소(HKEX)와 사우디 주식거래소 모회사인 사우디 타다울 그룹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본시장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중국 사업을 꺼리는 미국과 유럽 투자자를 대체할 새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홍콩거래소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중국 증권감독 당국도 지난달 홍콩거래소의 상장 유치를 장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홍콩과 상하이, 베이징에서 투자자들과 접촉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드먼드 크리스투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걸프 국가 간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기업들이 중동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거래소는 최근 몇 년간 중국 경제 침체와 미·중 갈등 고조로 중국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이 6억1천만 달러(약 8천400억 원)로 2009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주가 역시 2021년 초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했다.
사우디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국가 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 증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홍콩과 달리 사우디 주식시장은 최근 3년간 시가총액이 11% 증가하고 주요 지수도 최근 8년 가운데 7년 동안 상승했으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2019년 이후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홍콩 투자자들은 'CSOP 사우디아라비아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사우디 시장에 투자할 수 있지만 지난해 11월 사우디 국부펀드 지원과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가 넘는 자산으로 출시된 이 펀드는 지난달 24일까지 1천200만 달러(약 164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홍콩 CSOP 자산운용사의 멜로디 시안 부대표는 이 ETF의 상하이거래소 교차상장을 위한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콩거래소의 보니 챈 최고경영자(CEO)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자본시장 허브를 연결할 큰 기회"라고 말했다.
그의 전임자인 니콜라스 아구진 CEO도 재임 3년간 중동을 5차례 방문했으며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세계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홍콩 이중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오랫동안 밝혀왔다.
다만 아람코의 이중상장이 조만간 이뤄질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홍콩거래소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nadoo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