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사관·교민사회, 북한 위해시도설에 긴장·불안
공관원들 외부동선 최소화 등 보안 강화 착수
교민 "불상사 생길까 무서워…북한식당 피할 것"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북한이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지에서 한국 공관원에 대해 위해를 시도한다는 첩보가 있다는 정부 발표에 주베트남 대사관과 교민사회가 긴장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관은 기존 모든 업무를 안전 관점에서 전면 재평가하고 각종 보안을 최대한 강화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테러 경보가 상향됨에 따라 공관원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부분을 점검하고 여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안상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정부는 주베트남 대사관 등 5개 재외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이들 국가에 요원들을 파견해 대한민국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물로 삼을 한국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 제재 강화에 따른 외화벌이 어려움 등 재정난으로 인해 재외공관을 최근 44개까지 줄인 상태지만, 하노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주베트남 대사관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은 중국·러시아 등과 더불어 평양에 공관을 두고 있는 10개국 미만 국가에 속할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관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북한의 국경 완전 폐쇄로 서방 등 각국이 평양 공관을 줄줄이 철수하는 와중에도 베트남은 평양 공관을 유지할 정도로 '사회주의 형제국'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북한 측 요원들이 현지에서 활동할 여지도 적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대사관은 공관원들에게 신변안전에 최대한 주의하면서 장거리 이동이나 출장을 가급적 피하는 등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대외 접촉 외에는 외부 노출을 가능한 한 삼가라는 것이다.
대사관은 또 공관원 외 현지에 방문 또는 체류 중인 국민에게도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에는 대사관 긴급전화와 외교부 영사콜센터로 신속히 연락해 도움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현지 교민 사회도 북한의 테러 목표가 공관원들로만 국한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이번 소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노이 한인사회 관계자는 "베트남이 평소에 안전한 곳인데 북한의 위해 가능성 뉴스를 접하고 불상사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깜짝 놀랐다"며 "나 같은 교민들도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특히 일반인이 현지에서 북한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북한식당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노이의 경우 북한식당이 팬데믹 이전에는 3곳 정도 있었으나, 팬데믹 여파로 나머지는 문을 닫고 현재는 1곳 정도만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사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북한식당을 요즘 잘 안 가는 분위기인데 이제는 정말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말했다.
또 "대사관도 관련 정보가 있으면 교민 안전을 위해 공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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