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즈니 픽사 애니 '인사이드 아웃 2' 한국 제작진 전성욱씨
한국서 경영학 전공 후 꿈 좇아 미국으로…픽사 스튜디오서 리드 직급 올라
실사영화의 촬영과 비슷한 레이아웃 담당…"언젠가 감독 꿈 이루고 싶어"
(에머리빌[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이곳 픽사 스튜디오에서 언젠가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에서 만난 한국인 아티스트 전성욱(41) 씨는 이런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20년 픽사에 인턴 직원으로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오는 6월 개봉하는 신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처음으로 '리드 레이아웃 아티스트'(Lead Layout Artist) 역할을 맡았다.
이 직책은 실사영화의 촬영감독 격인 DP(The director of photography)를 도와 해당 팀을 이끄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다. 할리우드 최고의 애니메이션 명가로 꼽히는 픽사에서 비교적 빠른 승진을 한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영화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그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 하나만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야 자신의 진짜 꿈을 이뤄야겠다고 결심하고 늦은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처음으로 3D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졸업 후 2019년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시각효과(VFX) 관련 회사 '더 써드 플로어'(The Third Floor)에서 영화 업계의 첫 경력을 시작했다.
이 회사에서 그는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 영화 '이터널스' 등의 사전 시각화(Previsualization) 작업을 담당했고, 여기서 이룬 성취를 바탕으로 2020년 픽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후 픽사의 레이아웃 팀에서 '버즈 라이트이어', '루카' 등 작품에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인사이드 아웃 2'로 드디어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됐다.
픽사에서는 각 애니메이션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파트별 관리자나 리더 역할을 내부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고 한다.
픽사의 주요 야심작인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레이아웃 파트 리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실사영화의 촬영감독처럼 다양한 시점에 가상의 카메라를 배치해 화면 구도와 앵글을 짜는 역할을 맡는다. 캐릭터의 얼굴을 얼마나 가까이서 클로즈업할지, 어떤 시점에서 바라볼지 등 화면의 레이아웃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주인공의 내면과 여러 감정이 이야기의 핵심인 '인사이드 아웃'에서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이 영화의 주요 액션 장면인 주인공 '라일리'의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에서는 역동성과 박진감을 살리는 카메라 앵글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레이아웃 구성은 스토리나 편집 등 여러 다른 파트와의 협의가 필수적이어서 각각의 의견을 계속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전씨는 "특히 복잡한 장면일수록 다른 부서와 협의할 내용이 많다"며 "리드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기본적으로 다른 팀원 10여명과 함께 레이아웃 작업을 하면서 다른 부서들과 조율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픽사의 핵심적인 정신이 '협력'(collaboration)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픽사는 그런 협력 작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떤 직급을 갖고 있느냐와 전혀 상관없이 마음껏 얘기할 수 있고,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거기서 영감을 받으면 '재밌다, 한번 해볼까' 하면서 영화에 실제로 반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나 같은 경우도 처음에 경영학을 전공했다가 여기까지 왔고, 한국 사람이라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해 전혀 편견 없이 봐주는 것 같다"며 "오히려 흥미로워하며 관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픽사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총괄하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꿈은 계속 갖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아이디어들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인사이드 아웃 2'에 대해서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면서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다 사춘기라는 과정을 지나오는데, 그때의 혼란스러움을 영화가 잘 포착하고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보면서 관객들도 같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처럼 픽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일단 (시도를) 시작하라"고 당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인드 셋(mind set)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다면 해야 하는데, 그걸 하기까지가 참 오래 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시작해 보라고 먼저 조언하고 싶습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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