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수출 덕에 깜짝 성장률, 내수진작으로 민생고 덜어야
(서울=연합뉴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5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분기 성장률은 시장전망치(0.5∼0.9%)를 크게 웃돈 것으로,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2년 4분기(-0.3%)에 떨어졌다가 지난해 1분기(0.3%) 반등한 뒤 이번 1분기까지 다섯 분기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다소 올려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눈높이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경제지표에 청신호가 잇따라 켜지면서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1분기 깜짝 성장률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0.9% 늘어난 덕이 크다. 건설투자도 전 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2.7%로 큰 폭 상승했다. 정부는 한은 GDP 집계에 대해 이례적으로 별도의 입장 자료를 내고 "경제회복세가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1% 넘는 성장세가 향후 분기별로 계속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긍정적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간 성장 전망치를 2.3%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도 거론했다.
경제지표 개선으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민생 회복세와 연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당국이 풀어야 할 문제다. 정부는 수출 개선세가 내수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높은 물가가 꺾이지 않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고물가는 특히 서민의 민생고로 직결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부담을 줘 언제든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속적인 대외 악재도 문제다. 미국이 인플레 우려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격화로 환율과 유가가 여전히 불안에 빠져 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수출 호조 속에서 정부가 온기를 내수로 퍼지도록 하는 동시에 물가를 잡고 가계부채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제완화 조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는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든 조속히 가닥을 잡아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25만원 지급'을 포퓰리즘 마약에, 민주당은 여당의 '금투세 시행 폐지·유예'를 부자감세에 각각 비유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정쟁거리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민생이 고달픈 이때 진정으로 무엇이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일인지 머리를 맞대 접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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