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200일…국제사회 '종말론적 상황 닥친다' 공포
이스라엘군, 150만 난민촌 남부 라파에 지상전 '초읽기'
북부엔 기근·전염병…포화 잦아든 자리엔 '집단무덤' 참상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지속되는 가자지구가 이제 '종말론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글로벌 매체들은 개전 200일을 맞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재공세 계획, 가자지구의 열악한 상황을 다시 주목했다.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가자지구 남단 라파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지상전 개시 여부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쟁내각의 라파 진격 명령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라파에는 15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토벌전을 피해 운집하고 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 대표 얀 예겔란트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난민 캠프가 전쟁 초읽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앙으로 향하는 이 초읽기를 멈출 방법을 구호단체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예겔란트는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을 단행할 경우 종말론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10월 7일 시작된 전쟁으로 기간시설이 쑥대밭이 된 가자지구 북부에는 굶주림과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인도주의 특사 데이비드 새터필드는 북부에 기근 위험이 '매우 높다'며 국제사회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이달 가자지구로 진입한 구호 트럭이 하루 평균 200대라고 밝혔다.
가자지구에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하루 평균 구호 트럭 500대가 드나들었다.
유엔은 이미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 명이 '위기'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유엔은 식량 위기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이를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스라엘군이 쓸고 지나간 남부 다른 지역과 북부에서는 전쟁의 처참한 상흔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말로만 떠돌던 민간인 피해의 참상이 병원 등지에 암매장된 시신이 확인되면서 공포를 더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는 이날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암매장된 시신이 쏟아져 나온 데 대해 "공포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도 "병원이 부서지고 병원 마당에서 집단 무덤이 발견된 것은 끔찍하다"며 "일부 시신의 경우 손이 묶인 상태인데 이는 국제 인도주의 법의 심각한 위반 사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마스 측 가자지구 민방위국도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집단 매장 시신 340여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에서도 시신 30여구가 발굴됐다고 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죽인 뒤 암매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의 충격과 비판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하마스 전면 해체만을 부르짖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밤새 가자시티에 집중 포격을 가하는 등 공격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지난밤 가자 남서부와 칸 유니스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가자 중부 부레이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도 공습이 가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개전 이래 가자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최소 3만4천18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사망자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주장한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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