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산업장관, 6년만에 정식 회담…"양국 기업 협력 본격화"(종합)
안덕근 "한일, 믿고 유지할 파트너"…사이토 "가치 공유하는 중요 이웃"
한일 청정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협력 합의…글로벌 탄소 규제도 공동 대응
(도쿄·서울=연합뉴스) 박성진 박상현 특파원 차대운 기자 = 한일 산업장관이 양국 정상 셔틀 외교 복원 1주년 즈음에 도쿄에서 만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도쿄에서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을 만나 양국 정상 합의 사항 이행과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한일 산업장관 회담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상호 방문을 통한 정식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 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일부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벌어진 '수출 규제 갈등'으로 2019년 7월부터 4년 가까이 한일 관계는 크게 냉각됐다.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정상 셔틀 외교를 포함한 한일 관계가 폭넓은 복원 과정에 접어들고, 일본이 수출 규제를 거두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포함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은 폭넓게 복원되는 추세다.
양국은 활발해진 한일 정상 외교를 통해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정부·경제계 간 협력을 장려해 나가기로 했다.
안 장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 믿고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현시점에 글로벌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일본과 한국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 사회에서의 여러 과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높은 보완 관계에 있는 산업 분야, 그리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확보, 또 탈탄소 실현 등 양국에는 공동 과제도 많고 협력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한일 경제인 회의, 재계 회의 등 경제단체 간 협력을 촉진해 나가는 한편, 상호 투자 기업 지원을 위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재팬클럽(SJC), 일본 경제산업성과 주일한국기업연합회 사이에 정기적 소통 채널을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탈탄소·신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본은 한국이 추진하는 무탄소 에너지 이니셔티브(CFEI·Carbon Free Energy Initiative)를 통해 탈탄소·신에너지 분야 협력을 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 및 글로벌 청정 기술·제품 평가 구조 마련 문제와 관련해 과장급 기후 정책 협력 작업반(WG)을 개설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은 청정 수소·암모니아 협력을 추진하기로 하고 국장급 수소 협력 대화를 통해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는 양국이 공통으로 당면한 과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정보 공유 등을 실시하는 대화체 운영에 합의했다.
이 밖에 일본은 올해 한일중 3국이 협의 중인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 장관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최국인 한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올해 상반기 열릴 예정인 한미일 3국 산업·상무장관 회의 문제에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회담 말미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언급하고 이제 땅이 굳었으니 튼튼한 협력의 고속도로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사이토 경제산업상도 공감했다"며 "외교·정치 문제가 산업·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 강점이 있는데, 일본 기업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양국이 공조해 윈윈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 문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은 이번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한일 산업장관 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지난해 경영 통합 방안을 협의했으나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가 동의하지 않아 포기한 바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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