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트랜스젠더, 여성전용앱 회원자격 박탈에 손해배상 소송
사진인증으로 가입됐다가 추후 점검서 박탈돼…앱 측 "성별은 생물학적 개념"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의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자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당했다며 앱 운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1일(현지시간) A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트랜스젠더 여성 록산느 티클은 2021년 2월 여성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기글)를 다운받았다.
티클은 앱 가입을 위해 자신의 사진을 올렸고, 인공지능(AI)은 그를 여성이라고 판단해 가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그해 9월 기글은 기존 가입자 중 여장한 남성들을 적발하기 위해 수동으로 가입자들을 점검했고, 티클을 남성이라고 판단해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티클은 이런 앱 운영은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기글과 기글 설립자 샐리 그로버를 상대로 10만호주달러(약 9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티클은 또 이번 소송을 앞두고 기글 측이 소송 비용을 마련한다며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부착한 향초를 판매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10만호주달러도 추가로 요구했다.
지난 9일부터 호주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티클 측 변호인은 티클이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스스로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성별이 여성으로 표기된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글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티클의 가입을 거부했다며 기글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기글 측은 약관에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고 적어놨고, 이때 여성이란 법적 개념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라며 티클을 여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티클은 성 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성별이 달라 가입이 거절된 것이기 때문에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글 설립자 그로버도 티클을 '그녀'가 아닌 '그'라고 칭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여성으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친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재판 심리를 맡은 로버트 브롬위치 판사는 "이 사건이 강력한 쟁점을 갖고 있으며 격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제기된 쟁점을 바탕으로 그대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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