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중국해 中밀약설 확인할 것"…中 "필리핀이 약속 깨"(종합)
마르코스 대통령 "전임 두테르테 측에도 문의…아직 뚜렷한 답 없어"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박진형 정성조 특파원 =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시절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 측과 비밀 합의를 맺었다는 폭로와 관련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대사 등을 직접 만나 진상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11일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앞으로 황시롄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만나 그런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만약 있었다면 합의 조건, 관련 당사자 등에 관해 설명을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황 대사가 베이징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를 보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그가 돌아오면 누가 대화에 참여했고 어떤 것을 논의했고 합의했는지. 공식적이었는지 또는 개인적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해리 로케는 전 정권이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구두 합의를 맺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필리핀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필수 물자만 보내고 시설 보수나 건설은 하지 않기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1999년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이 암초에 일부 병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이곳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필리핀 함정에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최근 이 일대에서 양국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런 합의와 관련된 기록이 없으며 전 정권 측에서 들은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밀 합의로 필리핀 영토와 주권에 대해 타협했다는 생각에 경악했다"며 "우리가 영토 내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타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그 합의는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합의가) 모두 비밀리에 이뤄졌다. 그들은 왜 그랬는가, 그리고 그들은 왜 이 합의를 비밀로 해야 했을까. 완전히 당황스럽다. 이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어 정부 관리들이 두테르테 전 정부 관리에게도 이와 관련해 문의했으나 직접적인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질문에 '비밀 합의'와 관련한 구체적 설명을 생략한 채 필리핀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 맺은 '신사협정'과 현 마르코스 정부가 중국과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관해 달성한 '내부 합의'를 어겨 현재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런아이자오의 현재 형세가 만들어진 원인은 명백하다"며 "첫째는 필리핀이 런아이자오에 불법적으로 정박한 군함 예인을 거부한 것이고, 둘째는 두테르테 정부 시기 중국과 맺은 신사협정을 한사코 부인하며 해상에서 멋대로 (중국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셋째는 이번 정부가 런아이자오 문제에 관해 중국과 체결한 내부 양해각서(內部諒解)를 임의로 버리고 고집스레 런아이자오에 정박한 군함에 건설자재를 운송, 대규모 수리·고정으로 런아이자오 영구 점령을 기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필리핀이 진정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런아이자오 형세를 완화하고 싶다면, 약속 및 공동인식(컨센서스) 준수와 도발 중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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