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새 수입규제로 원자재 조달 '불똥'…각국 기업 생산차질
정부는 "규정 문제 없다"…한·미·일·EU상의 공동 대응 나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각종 원자재 수출 금지 정책을 펼치던 인도네시아가 이번에는 새로운 수입 규제를 시행하면서 여러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들이 자재를 들여오지 못 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상공회의소 단체들이 새로운 규제를 현실화해달라고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9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무역부는 지난달부터 새로운 무역령을 통해 수입 제품 약 4천개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니 당국은 노트북 컴퓨터와 같은 완제품부터 화학제품 같은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지정한 제품을 수입할 때 산업부 추천이나 연간 수입 예측량, 생산량과 같은 기존에 요구하지 않았던 서류를 내도록 규제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품 수입을 완전히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수입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고, 사전에 정확한 안내나 공청회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되면서 산업계에는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수입 규제를 통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품목이나 사용량을 더 늘리겠다는 생각이지만, 현지 진출 해외 기업은 물론 자국 기업들 역시 갑작스레 재료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업 생산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내 맥북 프로를 포함한 애플 제품 수입이 막히면서 이달 말에는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도 유럽에서 수급하는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 조만간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인도네시아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리디아 러디 사무총장은 이번 정책에 대해 "특히 섬유와 신발, 전자제품, 건강 보조식품, 화장품, 타이어 분야의 많은 외국기업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내 대체품이 없는데도 수입 허가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강현 주인도네시아 한국상공회의소(코참) 회장도 기업들이 3월 이후 긴급 수입 승인을 신청했지만, 승인이 지연되면서 재고가 바닥나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로 인한 재정적 손실과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인도네시아 기업들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역시 원자재나 중간제품 수입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생산에 차질를 빚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고용주협회(아핀도)의 신타 캄다니 회장도 이번 규제로 "수출 지향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경제 영향이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주요 국가의 상공회의소가 나서서 이런 문제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코참을 비롯해 암참과 일본 재팬클럽, EU상공회의소(유로참), 영국상공회의소(브릿참) 등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에 공동 서한을 전달, 수입 규제 조치 유예와 단계적 시행,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이나 여론은 수입 규제가 필요하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롱골라웨 사후리 산업부 대변인은 "산업용 원자재 수입과 관련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 놨다"며 "수입 허가도 진행 중이며 서류가 미비한 기업들만 반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파이살 인도네시아 경제개혁센터(CORE) 사무총장은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도 인도네시아 경제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중요한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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