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남부 철수, 휴전 신호탄 되나
휴전협상 재개 시점에 병력 철수…"협상에 진전" 보도도
WSJ "이스라엘 대표단 유연한 대응 지시받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재개된 시점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상당수를 철수했다고 발표하면서 휴전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남부 병력 철수 발표가 휴전 협상이 재개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개월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이 이번에는 결실을 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방송도 이번 철수는 "전투에서 중요한 순간"이며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획하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번 병력 철수는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된 휴전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간밤에 1개 여단을 제외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하는 휴전 협상이 재개됐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협상단을 보냈다.
이번 협상에 참여하는 이스라엘 대표단은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가는 것을 비롯해 협상 관련 모든 문제에서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이스라엘 당국자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에선 인질을 하루빨리 데려오기 위해 협상에서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국영 알 카헤라 뉴스는 협상 재개 이튿날인 8일 이집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으며, 모든 당사자 사이에 기본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그동안 휴전과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이스라엘군 철수와 영구 휴전 논의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을 전쟁 목표로 내건 이스라엘은 이런 하마스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이스라엘인 1천200명가량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고 갔다.
인질 가운데 100여명은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때 풀려났다. 남은 인질 중 30명 정도는 숨지고 100여명이 여전히 붙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에서는 개전 이후 3만3천명가량이 숨졌으며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봉쇄 상태에서 현지 주민의 인도주의 위기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의 남부 병력 철수 자체에 대해서는 전략상의 중요한 전환이라기보다는 주로 4개월간 격렬한 전투에 참여했던 예비군을 돌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에서 선별적인 표적 기습 공격으로 조용한 전환을 해왔다고 말한다.
이번 병력 철수가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 지연을 의미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번 병력 철수가 라파 지상 작전이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한 것으로 여겨지는 라파에서 지상전을 고집해왔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140만명에 달하는 피란민의 안전을 우려하며 이를 만류해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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