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죽어야 마땅"…러시아서 '사형 부활' 여론
1996년 이후 집행 안해 실질적 사형폐지국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최소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발생하면서 러시아에서 사형 제도 부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들을 죽여야 할까? 죽여야 한다. 그리고 죽일 것"이라며 테러범에 대한 사형 집행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관련자 모두를 죽이는 게 더 중요하다"며 "테러범들에게 돈을 준 사람, 동조한 사람, 도운 사람 모두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러시아를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러시아는 1996년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CoE)에 가입한 이후 사형이 사실상 폐지됐다. 그해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지금까지 유예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996년부터 3년간 체첸공화국에선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본다.
사형 집행과 관련, 러시아 내 강경파에선 부활을 요구해왔고 지난 22일 공연장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런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최대 정당 통합러시아당의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원내대표는 "테러에 대한 사형 도입이라는 주제에 대해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자유민주당 대표는 테러 사건 이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이런 사건에는 사형 금지에 대한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 없는 시민들이 무차별 총격과 화재에 희생돼 러시아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배후를 모두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도 "가해자들은 처벌받을 것이며 자비를 받을 권리가 없다"며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사형 제도 부활로 옮겨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벨 크라셰닌니코프 국가두마 국가건설·입법 위원장은 "현재 처벌 문제가 논의 중이고 이는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형에 대한 논의는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와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형 재도입 논의에 크렘린궁이 참여하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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