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술관 전시작품에 숨겨진 '자유 팔레스타인' 문구
휘트니 비엔날레 출품작…깜빡이는 네온사인에 감춰
미술관 측 "설치 전까지 몰라…작품 교체계획 없어"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에 미술관 측도 모르게 '자유 팔레스타인'(Free Palestine)이란 메시지가 감춰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예술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휘트니미술관 관계자들은 전날 저녁 아메리카 원주민 작가인 데미언 디네야지의 설치미술 작품에 당초 인지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숨겨진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작품의 제목은 '우리는 종말/집단학살(제노사이드) 상상을 멈춰야 한다+우리는 자유를 상상해야 한다'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쓰여진 시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고 한다.
숨겨진 메시지의 비밀은 깜빡이는 네온사인에 있었다. 작품 속 문장이 지속해서 깜빡거리는 가운데 일부 깜빡이지 않는 알파벳을 조합하면 자유 팔레스타인을 의미하는 문구가 드러났던 것이다.
디네야지는 이 작품에 대해 "원주민 저항운동과 어떤 형태가 됐든 '정착민 식민주의'에 대한 반대의 의미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정착민 식민주의란 식민정복자들이 원주민을 몰아낸 뒤 해당 영토를 영구히 차지하는 것을 뜻하는 역사학계의 용어를 말한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아내고 미국을 세운 것과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세운 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이 용어가 주로 사용된다.
휘트니 측은 사전 설명에서 이 작품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전에 구상됐으며 원주민 저항 운동을 반영한다고 말해왔다.
휘트니 측은 자유 팔레스타인 문구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지만, 나중에 추가된 해당 메시지가 작품 전시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NYT에 설명했다.
휘트니 미술관 관계자는 "작품 설치 당시 이런 미묘한 디테일을 알지 못했지만, 작품을 제외하거나 대체할 계획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휘트니 비엔날레는 오랜 기간 현대 예술가들이 시의성 있는 문제를 다루는 장이 돼왔다"라고 덧붙였다.
1931년 개관한 휘트니미술관은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미국 근현대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다. 개관 초기부터 예술적 실험을 지속해온 곳으로 유명하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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