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선 아프리카로 확대…수단 내전서 '원정 전투'
우크라, 무기 제공한 정부군 지원…금광 사업 벌이는 러는 반군 편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이 멀리 아프리카 수단 내전에서도 '원정 전투' 중이라고 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수단에서 각각 정부군과 반군 편에 서서 이같이 전투 중이다.
수단에서는 2023년 4월부터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주도하는 신속지원군(RSF)의 양대 군벌 간에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단에 풍부한 금과 무기라는 두 가지 자원 때문에 내전에 뛰어들었다.
수십 년에 걸쳐 빈번한 분쟁이 발생하는 동안 수단으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무기가 직·간접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결과 수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초 중국산에서부터 미국산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알부르한 장군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조용히 무기를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총정보국(HUR) 국장은 "한때 수단에서 많은 무기를 들여왔고 여러 나라가 그 비용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여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반군에 포위당한 알부르한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즉각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그해 8월 중순 HUR 소속 특수부대 출신 전투원 약 100명이 전세기로 수단에 도착했다.
이들은 정부군을 도와 하르툼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RSF를 몰아내는 작전을 벌였다.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단에서 금을 채굴해 오고 있었다.
지난해 4월 내전이 시작되기 전 수단에서 채굴된 금의 30%만이 현지 중앙은행에 공식 등록되고, 연 40억 달러 어치에 달하는 나머지 금은 대부분 러시아 손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단에서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가 금 채굴 사업을 주도했다.
내전 발발 후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바그너의 무기 제공 제안을 거부하던 RSF는 이후 정부군에 밀리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4월 말 바그너는 이웃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견착형 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대량으로 수단으로 들여와 반군에 제공했다.
바그너는 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병력을 모집해 하르툼으로 진격하는 RSF에 배치했다.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8월 사망한 뒤엔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의 작전을 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전투원들은 주로 반군을 지원만 하고 후방에 머물렀으나 때론 우크라이나 군인들과의 전투에서 생포되거나 사살되기도 했다고 참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했다.
WSJ는 우크라이나가 논란이 많은 수단 내전에 직접 개입한 것은 러시아의 해외 군사·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러시아가 더 많은 전쟁 비용을 치르게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수단에서 우크라이나 부대를 이끈 한 40세 장교는 "우크라이나의 최전선과 같은 작은 땅에서 싸우는 것만으로는 러시아를 압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수단에 금광이 있다면 우리는 그 광산이 수익성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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