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고용에 자녀 소득 60% 넘게 쓴다…"외국인 활용해야"
한은 "2042년 돌봄서비스 노동 공급, 수요의 30% 그칠 것"
"외국인 고용허가 업종에 돌봄 넣고, 최저임금 낮춰주는 방법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빠른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간병·육아 돌봄 비용 부담과 인력난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관련 해법으로는 돌봄 도우미로서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 육아 도우미 비용도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절반 넘어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지난해 기준 월 37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 순위상 중간값)의 1.7 배에 이르고, 자녀 가구(40∼50대) 중위소득의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아울러 육아 도우미 비용(264만원)도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어섰다.
이처럼 돌봄 서비스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은, 관련 일자리에 대한 노동 공급(구직 수)은 정체된 사이 노동 수요(구인 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령화 탓에 보건서비스 노동 수요가 2032년 41만∼47만명, 2042년 75만∼122만명 더 불어나고 육아서비스 수요도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약 20년 뒤에는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이 수요의 30% 수준에 머문다는 얘기다.
◇ 돌봄 비용 부담이 최대 GDP 3.6% 손실·저출산 원인으로
한은은 이처럼 돌봄 서비스 일자리 수급 불균형 등으로 간병 도우미 비용이 계속 늘어날 경우 불거질 문제로 우선 '요양원 양극화'를 꼽았다.
비용 부담에 요양원 서비스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시설은 결국 극소수만 이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간병비 부담과 시설요양 기피로 '가족 간병'이 늘어날 경우, 해당 가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제약되면서 경제적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연령별 평균 임금을 적용하면 해당 경제 손실은 2022년 19조원에서 2042년 46조∼77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9%였으며 20년 뒤에는 2.1∼3.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 증가는 여성 경제활동의 기회비용 확대로 이어져 젊은 여성의 퇴직과 경력 단절,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 한은 "돌봄 수요,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 불가능"
한은은 돌봄 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제안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급증하는 (돌봄)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임금 상승을 통해 내국인 돌봄 종사자를 늘리는 것도 높은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고용으로 긍정적 효과를 본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임금이 충분히 낮아진 뒤 고용이 늘어 어린 자녀를 둔 내국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외국 국적 간병인 고용이 늘자 부모 간병에 따른 자녀의 경제 활동 제약이 완화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첫 번째 방식으로는 개별 가구의 외국인 직접 고용이 제시됐다.
이 경우 사적 계약 방식이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 방식을 활용 중인 홍콩(2022년 기준 시간당 2천797원)·싱가포르(1천721원)·대만(2천472원)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임금은 우리나라 가사 도우미 임금(1만1천433원)보다 현저히 적다.
다만 사용자 조합이 제공하는 외국인 공동숙소의 운영 방식에 따라 최저임금법 적용 주장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방식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것이다.
오 팀장은 "이 방법은 외국 인력을 재가·시설 요양에 모두 활용할 수 있고 관리·감독 우려도 적다"면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 내용을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주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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