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 새 정부 총리로 선출
수락 연설 때 야권 "투표 도둑" 외쳐…총선 후 정치적 불활실성 제거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파키스탄 연방하원에서 3일(현지시간) 실시된 차기 총리 선거에서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새 연립정부의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절반(169표)을 훨씬 넘은 201표를 얻어 92표에 그친 오마르 아유브 칸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고 현지 일간 돈(Dawn) 등이 보도했다.
셰바즈 샤리프는 2022년 4월부터 작년 8월 연방하원 해산 때까지 총리였다.
파키스탄 주요 정당 중 하나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 소속인 그가 새 총리에 선출됨에 따라 지난달 8일 총선 이후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 사라지게 됐다.
아유브 칸은 수감 중인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과 연대한 수니 이테하드 평의회(SIC) 정당이 내세운 총리 후보였다.
칸 전 총리를 지지하는 야권 의원들은 샤리프 신임 총리가 수락 연설을 시작할 즈음 그의 앞으로 몰려가 칸 전 총리의 초상화를 든 채 "투표 도둑", "창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연설에서 친형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에게 사의를 표했다.
나와즈 샤리프는 4년간의 '자칭' 런던 망명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네번째로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총선에서 PTI 출신 무소속 후보진영이 선전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동생에게 총리직을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 '실세' 군부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연설에서 "파키스탄은 연방하원 지출도 빌린 돈으로 할 정도로 채무위기에 직면했다"며 경제시스템 개혁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이달 말 끝나면 새 프로그램 도입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선에는 칸 전 총리가 작년 8월 이후 부패죄로 수감된 상태여서 출마할 수 없었다.
PTI는 정당법 위반으로 정당 상징 사용을 금지당했고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하지만 군부에 반대하는 칸 전 총리 지지자가 투표에 대거 참여해 이들 무소속 진영이 의석수 1위를 차지했다.
이들 후보는 이후 PTI와 연대키로 한 군소정당 SIC에 가입했다.
이들은 투표 조작이 없었다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선거 당국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의석수 2위를 차지한 PML-N은 3위 파키스탄인민당(PPP) 등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들어가 셰바즈 샤리프를 차기 정부 총리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신임 내각은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테러 대처, 인접국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관계 개선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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