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② 'AI기업' 변신 가속화한 통신 3사…글로벌 연합도 출범
SKT, 글로벌 주요 통신사와 특화 LLM 공동개발…KT "AICT 회사로 거듭날 것"
LGU+, 연내 '익시젠' 출시…화웨이 5.5G, 에릭슨 6G 등 통신기술 경쟁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인공지능(AI)이 거의 전면에 등장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저마다 'AI'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고, SK텔레콤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의 공동 AI 개발 구상도 나왔다.
통신 기술과 관련해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든 5G 이후의 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 통신 3사 CEO들의 공통 열쇠 말은 'AI'…경량화 모델에 초점
MWC 2024 참석을 계기로 각각 기자들과 만난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간담회 발언은 절반 이상 AI에 쏠렸다.
SK텔레콤 유영상 사장은 개인형 AI 비서(PAA)가 AI 시대의 "새로운 게임체인저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에이닷(SKT의 AI비서 서비스)이 꿈꾸는 미래가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AI컴퍼니' 도약을 선언한 유 사장은 AI 시대를 과거 '골드러시' 시절과 비교하면서 "그 시절 청바지나 곡괭이를 팔던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반도체나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회사"라며 연내 AI 데이터센터 사업 시작을 예고했다.
KT 김영섭 대표는 "이제 KT는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더한 'AICT'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아예 회사 비전에 AI를 포함하고, "현세의 인간은 AI를 아는 사람과 AI를 모르는 사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MWC에서 이러한 구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 글로벌 빅테크 등과의 개방형 파트너십 확대 ▲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전략 채택 ▲ 고객 특화 경량화 언어모델 제공 등의 구상을 내놨다.
LG유플러스 황현식 대표도 "과거에는 원천기술이 되는 AI 자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앞으로는 응용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상반기 내놓을 자사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LLM이 아닌 경량화 거대언어모델(sLLM)로 개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익시젠을 기반으로 개인 '모바일 에이전트', IPTV 기반의 '미디어 에이전트', 회사 내 업무를 돕는 '워크 에이전트'를 각각 구축해 서비스하겠다고 황 대표는 부연했다.
통신사 수장뿐 아니라 MWC를 참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AI 시대에 저희가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해줄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빅테크에 또 밀리면 안돼'…연합전선 구축한 통신사들
AI 시대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통신사들의 공통 전략은 글로벌 협력이다.
MWC 2024 개막 첫날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SKT는 독일 도이치텔레콤, 아랍에미리트 이앤그룹, 싱가포르 싱텔그룹,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통신사업자(텔코) 특화 LLM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KT 김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협력의 고수야말로 최고의 고수"라며 글로벌 협업을 강조했고, LG유플러스 황 대표 역시 MWC를 계기로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협업과 제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통신사들의 분주한 행보는 과거 '닷컴 시대'의 주도권을 미국 빅테크에 빼앗겼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경각심은 다른 나라 기업들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MWC 행사장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AI'라는 언급이 표시되지 않은 기업 부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KT 컨설팅그룹장 정우진 전무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행사에 대해 "AI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확장된 현실을 통한 산업의 역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기술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띄었다"며 "2024년은 AI가 실생활과 다양한 산업에 스며드는 AI 일상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5G 수익화 고민하는 통신업계…5.5G에 6G 경쟁도
본업인 통신 쪽에서는 업종과 국적을 불문한 다수 기업이 '수익화'(monetization)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협업 가능성을 제시했다.
LG유플러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5G 투자를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투자한 것만큼 수익이 잘 안 나오고 있다 보니 네트워크 회사든, 통신사든 5G를 통한 수익화 증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화웨이와 에릭슨 등은 네트워크 슬라이싱(하나의 물리적인 이동통신망을 다수의 독립된 가상 네트워크로 나누는 기술), IoT(사물 인터넷) 레드캡(5G IoT 단말의 대역폭과 안테나 수를 줄여 단말 비용을 낮추고 소비 전력을 절감하는 경량화 기술), 통신 트래픽 수요가 급증할 때 속도 등급을 올릴 수 있는 '5G 부스트 모드' 등의 서비스를 제안했다.
또 화웨이는 네트워크에서 받는 신호를 전력화해 배터리가 필요 없는 '패시브 IoT' 기술을 2025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고, 에릭슨은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적을 때는 자동으로 무선 기지국 가동률을 낮추는 식으로 전력 효율을 20% 개선하는 신기술을 내놨다.
차세대 통신 기술 선점과 개발 경쟁도 거세다.
화웨이 리펑 수석부사장은 "2024년에 5.5G(5G 어드밴스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며 "5.5G와 AI, 클라우드가 융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내 대도시에서는 이미 5.5G 상용화가 진행 중이라고 화웨이는 전했다.
에릭슨은 오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6G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MWC 자사 부스에 6G 테스트 단말 시제품을 전시했다.
에릭슨엘지 심교헌 상무는 연합뉴스와 만나 "5G에서 그랬던 것처럼 6G도 저희가 가장 처음 설루션을 내놓기 위한 초기 단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레고 쌓기에 비유하면 아직 첫 번째 블록을 올리고 있는 단계라 갈 길이 멀지만, 내년 MWC에서는 좀 더 구체화한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WC 개막 첫날에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에릭슨,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이 AI와 무선통신 기술 융합을 통한 6G 기술 연구 등을 목표로 'AI-무선접속망(RAN) 얼라이언스' 창립을 선언했다.
이번 행사를 참관한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연합뉴스에 "오픈랜이나 V-랜, IoT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네트워크와 장비 등 모든 분야에 AI가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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