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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트럭 참사 증언…"총맞은 사람 식량까지 살려고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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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트럭 참사 증언…"총맞은 사람 식량까지 살려고 빼앗아"
붉게 물든 밀가루…총맞고 밟히고 트럭에 깔려
필사적 생존 몸부림…"밀가루 한포와 영혼 바꿔"
봉쇄 탓 오랜 굶주림에 위험 알면서도 트럭 접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구호트럭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증언이 잇따라 전해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 100여명이 총격 등으로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구호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군 총격에 다쳐 쓰러진 이들의 식량까지도 빼앗을 정도로 절박했다는 게 목격자들의 얘기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의사 예히아 알마스리는 그날 끔찍한 광경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있던 그는 오전 4시께 근처에서 포격과 총격을 들었고 총격이 잦아들자 해안 인근 교차로로 나왔을 때 거리에 누워있는 총을 맞은 사망자나 부상자 수십명과 피로 덮인 밀가루 포대들을 발견했다.
사망자나 부상자들의 머리, 목, 사타구니 등 다양한 부위에 총을 맞았다.
알마스리는 사망자 중 일부가 압사한 것처럼 보였고 다른 일부 사망자들은 구호트럭에 치인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 중 일부는 다친 가족과 친구들을 남겨두고 구호트럭으로 달려갔고 다른 이들은 부상자들을 차나 카트에 태운 뒤 밀가루를 가지려고 시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알마스리는 "영혼이 밀가루 포대와 맞바꿔진다"며 "우리는 기근에 이르렀고 상황은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적절한 의료도구가 없어 밧줄, 끈, 나무 조각, 부상자들의 옷에서 찢은 천 등을 이용해 수시간 동안 응급처치를 한 뒤 알시파 병원으로 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알시파 병원도 발전기 가동 중단 등으로 부상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가자시티 내 다른 병원인 카말 아드완 병원에는 총을 맞은 부상자 약 100명과 시신 12구가 이송됐다고 병원 책임자 후삼 아부 사피야가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기자 후삼 샤바트는 자신이 본 모든 부상자는 총을 맞았고 총상 부위는 가슴, 턱, 어깨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구호품을 얻으려 현장에 간 주민의 인터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무함마드 알숄리는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보고 말았다"며 "사람들이 총을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이 갖고 있던 식량을 그냥 들고 살기 위해 계속 달렸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압두 아시의 전언을 소개했다.
자녀 6명을 둔 아시는 그날 새벽 아들 두명을 데리고 구호트럭을 향해 달려갔다고 한다.
그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굶주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가 구호트럭에 접근했을 때 갑자기 총성이 울렸고 그의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쓰러졌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었고 일부 생존자들은 밀가루, 쌀, 콩 통조림 등을 들고 도망쳤다고 전했다.
그날 목격자들은 해가 뜰 무렵 차 주변에 시신 수십구가 누워 있었다고 밝혔다.
대규모 참사의 원인을 놓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주장이 엇갈린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발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경고사격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대부분이 압사했거나 트럭에 치여 숨졌다고 반박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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