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2년째 실질임금 감소…저소득층은 적자 살림살이
(서울=연합뉴스) 서민들의 팍팍하고 고단한 살림살이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잇따라 나왔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명목소득은 찔끔 오르는 데 그치면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줄어든 탓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군다나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며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실질 사업소득도 5분기째 마이너스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반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료를 봐도 근로자 1인당 작년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명목임금이 2.5% 늘었음에도 소비자물가지수가 3.6%로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은 2022년에도 0.2% 줄어 통계 기준이 바뀐 2012년 이후 처음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후퇴했다.
우울한 수치는 더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5.1% 늘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출 증가율이 1년 반째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이 147만원으로 0.5% 감소한 것이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29만1천원의 적자 살림을 하면서 전체 소득분위 가운데 유일하게 씀씀이를 줄였다. 반면 고소득 가구인 상위 20%(5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은 721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나 늘어 모든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층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각종 연금과 사회수혜금, 연말정산 환급금 등 공적 이전소득의 증가로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소득 격차가 5.53배에서 5.30배로 축소되는 등 분배 지표가 소폭 개선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길어지는 고물가·고금리 추세에 취업자 증가세 둔화가 각종 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호전을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가 하강하면 고용 부진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낸 정부는 올해 2.2%를 목표로 잡았지만, 어느 정도 호전을 보이는 수출과 비교해 여전히 부진한 내수 등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보다 낮은 2.1%를 전망치로 제시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국내 경기는 높은 물가와 금리의 영향으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약화한 반면 수출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전 전망과 비교해 대외 여건은 나아졌으나 내수 흐름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판단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과감한 투자 유도 정책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 예산을 확충하는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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