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안경, 이어폰에 저울까지 AI 내장…'온디바이스 시대' 성큼
퀄컴·미디어텍·인텔 등 반도체회사들 주도…딥엑스, LLM 탑재 AI칩 개발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의 진짜 주인공이 모바일이 아닌 인공지능(AI)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2천400여개 기업이 차린 개별 전시관에서 AI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모든 산업, 모든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AI 기술을 받아들여 새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온디바이스 AI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 됐다는 사실이 29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올해 MWC에서 확인됐다.
온디바이스 AI란 기기 안에 AI가 탑재돼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정보 보안에도 강점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와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개인용 AI 노트북 제품군의 잇따른 출시가 물꼬를 텄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나 반도체와는 무관했던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온디바이스 AI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음을 이번 행사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한 축은 AI 반도체 기업들이다.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린 비아의 퀄컴 부스는 '온디바이스 AI'라는 테마로 자사 AI 반도체를 탑재한 제조사별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다양한 기기를 전시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과시했다.
심지어 일반 안경과 똑같이 생긴 메타-레이밴 스마트 안경, '보스' 브랜드의 헤드폰과 이어폰조차 퀄컴의 최신 칩을 탑재해 AI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스냅드래곤 AR1 1세대 칩을 장착한 스마트 안경을 쓰고 손가락으로 안경다리 부분을 쓸어올리니 노래가 재생됐다. 별도의 이어폰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헤이 메타, 무슨 노래야?"라고 물어보니 AI가 해당 곡의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록 음악'이라는 답을 내놨다.
퀄컴의 두르가 말라디 수석부사장은 MWC 개막을 맞아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8 3세대, PC용 스냅드래곤X 엘리트 등을 통해 온디바이스 AI의 상업화를 대규모로 촉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MWC에서 처음으로 실물을 공개한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에도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R&D(연구개발) 단계라 나중에 말씀드릴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만 반도체 회사 미디어텍 역시 올해 MWC에서 '온디바이스 생성형 AI'라는 전시 부스를 별도로 만들어 자사 7세대 AI 프로세서를 활용한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소개했다.
앞으로 온디바이스 AI의 확장 속도는 일반의 상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MWC 전시장에서 만난 국산 AI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 칩이 건설, 기계, 서빙 로봇, CCTV, 농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며 "저울을 만드는 회사가 찾아와 저희도 놀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식료품점 계산대를 무인화하려면 카메라를 부착한 저울에 무슨 농산물을 올리는지 구분해야 하는데 '온디바이스 AI 저울'을 구현하면 자동으로 정확한 가격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시장에도 (온디바이스 AI가) 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온디바이스 AI에는 고객이 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딥엑스는 내년에 경량화한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한 2세대 AI 반도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소개했다.
온디바이스 AI는 개인용 노트북을 넘어 비즈니스용 PC로도 폭을 넓히고 있다.
인텔은 이번 MWC에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와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 '인텔 V프로' 플랫폼을 통해 기업 고객용 AI PC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온디바이스 AI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은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만으로는 처리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데다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과 전력 소모 등의 문제가 작지 않다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딥엑스 김 대표는 "AI를 상용화하려면 결국 디바이스 안에 넣을 필요가 있다"면서 "온디바이스 AI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프라이버시, 두 번째는 가격 문제"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비용이 많이 들고 전력 소모가 큰 데다 사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전체 PC의 60%, 전체 스마트폰의 30%가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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