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장 앞다퉈 몰려드는 멕시코…한국 업체는 '소극적?'
테슬라·BMW·GM 등 생산기지 박차…中비야디, 올해 부지 발표 전망
기아, 작년에 '투자설'…"중장기 관점 검토" 입장 밝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에 인접한 국가로의 생산기지 이전(니어쇼어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멕시코가 주요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한 테슬라와 BMW,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이어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의 브랜드 아우디와 중국 비야디(BYD)까지 부지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멕시코가 '전기차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AMI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전기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수년새 멕시코에서의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관련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주(州)에 50억 달러(6조6천800억원) 규모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께 차량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BMW그룹은 지난해 2월 중북부 산루이스포토시주에 약 8억 유로(1조1천500억원)를 투입해 전기차와 배터리팩 생산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차량 제조는 2027년부터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경우엔 또 다른 미 접경 지역인 코아우일라 공장에 전기차 설비를 갖췄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올해부터 자사 전기차 모델 전량이 이곳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스탤란티스 역시 코아우일라에서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미 애리조나주와 인접한 소노라주 에르모시요 공장에서 2020년부터 전기차(머스탱 Mach-E)를 이미 내놓고 있는데, 2026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60만대까지 늘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우디도 멕시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로이터통신은 아우디가 푸에블라주 산호세치아파에 있는 공장에 전기차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우디는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 BYD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스텔라 리 BYD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이터에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멕시코 내 공장 부지를 찾고 있다"며, 연간 15만대 생산 규모의 부지를 연말께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업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BYD는 멕시코를 미국 수출 거점이자 새로운 내수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35만8천800페소(2천800만원 상당)부터 시작하는 소형 전기차 판매 계획을 발표한 BYD 측은 '모든 멕시코 주민의 첫 전기차'라는 야심 찬 포부를 내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멕시코가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비교적 낮은 인건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교역,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충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코트라 멕시코시티무역관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멕시코 자동차부품협회(INA)를 인용 "2029년까지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량이 232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멕시코 직접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상황이다.
테슬라 유치 등 전기차 업계에 적극적으로 지역을 '세일즈'하는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앞서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기아가 10억 달러 상당을 들여 누에보레온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기아 투자설'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그러나 기아는 당시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면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엔 브라질에서 정의선 회장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나, 11억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 친환경 및 미래 기술 분야 투자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멕시코 현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업체가) 선뜻 투자 방침을 결정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다양한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전기차 관련 소재부품 공급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우리 업체가 의외로 쉽게 연착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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