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에 기밀법도 강화…외국기업 '떤다'
전인대서 기밀법 개정안 통과 예정…국가기밀 정의 모호해지고 범위 확대될 듯
'의도치 않은' 국가기밀 저촉 행위 급증할 수도…외국기업 '脫중국' 가속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국가기밀 범위를 확장하고 규정 준수를 더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밀보호법을 손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내달 초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이런 내용의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가 작년 10월에 이어 지난 26일부터 2차 개정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SCMP는 2차 개정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국이 국가기밀로 간주하는 문제들에 대해 더 광범위한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이어 국가기밀이 이전에는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국가 안보 또는 공익을 훼손하는 사안"으로 정의됐으나, 이번에는 "공개시 확실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가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지면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으며 '공개할 수 없는 사안'도 중국 당국에 의해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작년 10월 25일 발표된 국가기밀보호법 1차 개정 초안에 따르면 교육·기술·인터넷 사용·군사 시설 등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다루는 모든 공무원은 외국 여행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해당 제한이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국가기밀에 접근한 공무원이 퇴직 후 일정 비밀 유지 기간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현행법에서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국가기밀 정의가 모호해지고 그 범위가 확장되면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은 물론 이들과 접촉하는 중국 안팎 기업 관계자들도 툭하면 국가기밀보호법 처벌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중국에는 716만명의 공무원이 있지만 국영기업이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해 국가에 고용된 인력은 3천100만명에 달한다.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3기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국가 안보 강화 열풍이 불어닥쳤다.
이에 따라 국무원 산하 '힘없는' 부처였던 국가기밀보호국이 이제는 기밀 보호에 사용되는 모든 기술 제품에 대한 정기 점검 요구권과 관련 사건 조사권을 부여받아 권한이 막강해졌다.
중국 국가기밀보호법은 1988년 제정됐으며 2010년 한차례 개정을 거친 바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자국 내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보안법을 2021년 9월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7월 반(反)간첩법을 개정해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중국 내 반간첩 및 국가기밀 보호 강화 움직임 속에서 자칫 범법 행위에 연루될 걸 우려하는 외국 기업들의 '탈(脫) 중국'이 확산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
SCMP는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내달 4일 베이징에서 개막할 예정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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